'서른살 동갑' 박정민·천우희, 포스트 송강호·전도연으로 급부상

입력 : 2016-05-11 오후 5:24:5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박정민과 천우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주위 또래의 배우들이 인기를 바탕으로 스타덤에 오를 때 두 배우는 묵묵히 연기력을 쌓았다. 때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1987년생 '토끼띠'인 박정민과 천우희는 연기력만으로 2016년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이 두 배우는 포스트 송강호 혹은 전도연에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를 연기한 박정민,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박정민은 순제작비 5억원에 불과한 '동주'에서 송몽규를 연기하며 자신을 알렸다. 평단에서는 당시 그의 연기를 두고 '메소드 연기'라고 화답했고, '동주'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송몽규 그 자체였다"고 치켜세웠다. 강한 신념을 갖고 어른스럽게 윤동주(강하늘 분)를 한 발 앞에서 이끌었던 송몽규의 표정과 눈빛 모두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표현했다. 
 
그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중국 연변의 송몽규 묘소를 찾았으며, 당시 시대적 배경의 전반을 깨우치기 위해 일제강점기 후반의 세계사 관련 서적도 깊게 팠다. 온전한 송몽규를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하다 잠을 설친 날은 셀 수도 없다고 한다. 박정민은 그렇게까지 열의를 보인 이유에 대해 "영화의 인물을 온전히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고 말했다. 손익분기점 약 40만 관객이었던 '동주'는 박정민의 활약에 힘입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런 박정민은 올해 영화 '무서운이야기3:화성에서 온 소녀'(무서운이야기3)로 돌아온다. 옴니버스 형태의 '무서운이야기3'의 '로드레이지' 편에 나서는 그는 끈질기게 쫓아오는 덤프트럭을 피해 위험한 질주에 나서는 동근 역을 연기한다. 아직 영화가 베일을 벗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박정민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영화 '곡성'에서 무명을 연기한 천우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남자 배우에 박정민이 있다면, 여자 배우로는 천우희가 있다. 지난 2014년 영화 '한공주'를 통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천우희는 '해어화'에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늘 깊은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을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한다는 천우희는 '해어화'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예쁜 가수 연희로 나서, "천우희도 예쁘다"는 듯 매력을 한껏 펼쳤다. 연기는 여전히 훌륭했다. 비록 '해어화'가 관객의 관심을 사지는 못했지만, 출연배우인 천우희와 한효주는 연기적으로 또 한 번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우희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곡성'에도 나온다. '해어화'와 달리 '곡성'에서 천우희는 주특기를 발휘한다. 156분 런닝타임 동안 그가 나오는 시간은 15분 내외에 해당하지만, 임팩트는 어느 누구 못지 않다. 곽도원과 황정민, 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선배와 맞붙어도 기운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천우희가 아니었다면 무명이라는 역을 표현할 여배우는 국내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곡성' 촬영 도중 하루 종일 산속을 헤매다 바지를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영화의 내용에 따라 통편집됐다. 그럼에도 천우희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연기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쌓아 자신의 역량을 넓혀온 두 사람은 자신의 연기보다 작품을 더 생각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평생을 연기자로 살겠다"는 박정민과 천우희가 제2의 송강호·전도연으로 불리는 이유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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