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엄청난 영화'라는 등의 소문만 무성했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이 3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 '추격자'·'황해'를 통해 '악마의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홍진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터라 기대감이 높았다. 영화가 끝난 뒤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나 감독이 또 한 번 일을 냈다"며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다. 혹자는 이 행사를 두고 '수십 년간 회자될 영화가 탄생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영화는 일본에서 온 외지인이 시골의 곡성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죽음과 희귀병에 맞서는 나약한 인간을 다룬다. 종교 철학과 샤머니즘 등 신과 관련된 영역이 다양하게 버무려져 있다.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웬만한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우며, 그 사이사이에 유머마저 녹아있다. 배우들은 주·조연, 아역 할 것 없이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나 감독은 '곡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재능을 뽐냈다.
'곡성' 포스터.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취재진에게 영화를 선공개하고 감독과 배우들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언론시사회가 이날 오후 2시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곡성'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미장센은 물론 '믿음'과 관련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하나하나 강렬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감정의 폭이 깊다. 감정을 끝까지 몰고 간 나홍진 감독의 연출 뿐 아니라 그것을 온전히 소화해낸 배우들에게도 감탄이 나온다.
영화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는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배우들 중 나홍진 감독이 악마처럼 느껴진 적은 없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 영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이 입을 열었다. 곽도원은 이번 영화에서 곡성의 경찰이자 희귀병에 걸린 딸의 아버지 종구 역을 맡았다. 비록 심신은 나약하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바치는 아버지의 희생을 훌륭히 표현한다. 아울러 그는 '황해'에서 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곽도원은 "'황해'할 때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나 감독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지 알고 있었다. 작품에서 계단에서 죽는 신을 찍는데, 그 때 서울에 100년 만에 눈이 1m가 넘게 왔었다. 3일 동안 밤새도록 누워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6개월 동안 짜릿한 순간이 많았다. 육체적으로는 비록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맑았던 것 같다. 어차피 우리는 한 팀이고 한 몸이어야 했다. 최종 목표는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홍일점으로 등장하는 천우희는 무명 역할을 맡았다. 정체가 무엇인지 작품이 끝날 무렵까지 밝혀지지 않는 모호한 역할이다. 생각한 것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나오는 순간마다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준다.
천우희는 나 감독에 대해 "징글징글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감독님은 정말 타협이 없다. 현장에서 끝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한다. 나도 신나는 게 있었다"며 "나도 곽도원 선배님이 말한 것처럼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맑았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황정민은 극중 무당인 일광 역을 맡았다. 늘 작품을 이끌어가던 역할에서 벗어나 조연급의 비중과 분량을 맡지만, 명성에 걸맞은 연기와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황정민은 "나는 어떤 식으로 촬영이 진행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너무 너무 집요하게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나 감독도 집요한데, 나까지 붙었으니 얼마나 케미가 좋았겠나. 영화는 그런 식으로 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꿈만 같았다. 앞으로도 더 설렁설렁 연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의 집요함이 한껏 드러난 '곡성'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