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돼 빚어진 대규모 인명살상 사고”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현안보고에서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진력하고 있으나 그분들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보완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우선 피해조사 기관을 국립의료원 등으로 확대해 3, 4차 피해 신청자에 대한 조사 판정을 내년 말까지 앞당겨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장기 손상 등에 대한 인과관계 규명 연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피해 진단과 판정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 판정을 거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충제, 소독제 등을 포함하는 제품을 내년 말까지 전수 조사하고 단계적으로 위해성을 평가해 문제가 되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이라며 “안전 기준을 만들기 위한 제도개선 작업에도 곧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제가 (살균제와 관련된) 자료 제출 요구를 여러번 했는데 정부에서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며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라고 해서 오늘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태”라고 표현했다.
더민주 장하나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습기 살균제 태아 피해 사례’를 인용하며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태아의 폐기능 등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여러 피해자를 만났는데 임신 중 태아가 사망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소견 신청을 하겠느냐”며 “태중 사망건에 대해 소견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장관이 당연히 받는다고 답하자, “상당히 전향적인 (답변)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그대로 신청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도 물었다. 윤 장관은 “법제가 미비했고 제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할 뿐”이라면서도 사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는 환노위원 16명 가운데 야당에서는 더민주의 김영주 위원장을 비롯해 이인영, 우원식, 이석현, 장하나, 한정애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은수미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참석한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8명 환노위원 중 5명만 참석했다.
환노위는 지난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제도를 개선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민주 등 야당은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일부 법안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더민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까지 한 상태다. 새누리당도 지난 8일 당정협의를 통해 검찰 수사를 지켜 본 뒤 필요하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행동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
이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적극 임하겠다고 했는데 실상 상임위(환노위)에서는 관련 법 개정이 무산됐다”며 “왜 말과 행동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박광온 수석대변인도 “이런 중대한 사태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며 국민의 피해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이날 정부·여당에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철저한 수사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설치 ▲국회 차원 특위 설치와 청문회 개최 등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