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어버이연합이 지난 11일 방송인 유병재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유씨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일당 2만원을 받고 가스통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풍자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어버이연합 홈페이지는 12일 오전 현재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고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버이연합 게이트’도 다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정부 지지 시위를 지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돈을 지불했다는 의혹이다.
또 다시 주목을 받는 어버이연합 사건을 검찰이 계속 외면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다른 사회적 이슈인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사건은 검찰 수사가 일사천리다. 유독 어버이연합 사건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수사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의 태도가 확연히 갈린다.
어버이연합 사건은 고발된지 3주가 지났지만 검찰은 고발인은 물론 관련자 한명도 소환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자취를 감췄고,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해지된 상태다. 검찰이 오히려 증거인멸과 법적 대응을 위한 말맞추기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은 물론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던 보수단체 재향경우회가 우 수석의 가족이 소유한 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SK와 CJ 등 대기업도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검찰은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 집회 지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검찰은 발목이 잡힌 듯 하다. 아니라고 보고를 받았다 해도, 있는 사실이 없는 사실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의혹이 있으니 수사를 하면 된다. 수사해서 문제가 없다면 끝인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왜 수사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격언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은 예외라는 격언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최용민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