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시카고 컵스와 악연을 이어갔다. 지난해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컵스로부터 이번엔 등에 공을 얻어맞았다. 상대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부상 악몽이 남아있는 강정호로서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게 됐다.
강정호는 15일(한국시간)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컵스와 원정 경기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1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를 기록했다. 두 번이나 출루하며 기회를 열었지만, 팀은 2-8로 패했다.
이날 화제는 경기 성적보다 강정호를 향한 위협구에 쏠렸다. 강정호는 부상 복귀 일주일 만에 컵스와 재회했으나 그를 기다린 것은 위협적인 플레이였다. 그간 부상 후유증 없이 순조롭게 적응하던 강정호지만 이날 경기로 컵스와의 지난 일을 훌훌 털기는커녕 오히려 악연의 골만 더 깊어졌다.
문제의 장면은 2-0으로 앞선 4회초 1사 3루에서 나왔다.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상대 선발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의 2구째 시속 92마일(약 148km/h)짜리 싱커에 등을 강타당했다. 그나마 얼굴 쪽으로 날아온 공을 겨우 피한 결과다. 그 자리에서 멈춰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한 강정호는 고통을 참으며 1루로 걸어나갔다.
지난해 컵스와 악연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컵스전에서 수비를 펼치다가 더블플레이를 막으려는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강력한 태클에 쓰러졌다. 정강이와 무릎을 심하게 다친 강정호는 그대로 시즌을 접었고 무려 9개월의 재활 끝에 지난 7일에야 겨우 복귀했다. 컵스 때문에 이번에 또 몸이 상할 뻔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도 아리에타가 사구를 내준 사실에 주목했다. 그럴 만도 하다. 아리에타는 지난해 피츠버그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회와 6회 각각 프란시스코 서벨리와 조시 해리슨을 연속해서 맞혔다. 이후 7회 자신의 타석 때 토니 왓슨이 자신을 맞히자 말싸움을 벌였고 이후 두 팀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피츠버그에 감정을 좋을 리 없는 아리에타는 이 경기 전까진 올 시즌 단 하나의 사구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이 좋다.
아리에타와 동양인 타자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리에타는 지난해 8월에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던 일본인 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시애틀 매리너스)의 머리를 맞혔다. 졸지에 '헤드 샷'을 당한 아오키는 경기 후 뇌진탕 증세를 호소하며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 후 두 팀 사령탑은 이번 강정호의 사구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현지 매체가 아리에타의 고의성 여부에 관해 묻자 "당신이 판단해봐라"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반면, 조 매든 컵스 감독은 "당시 아리에타는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 강정호가 불운했다"며 고의성 논란을 일축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강정호가 15일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4회 제이크 아리에타로부터 등에 공을 맞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