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GM·소니 등에서 배우는 구조조정 성공기

글로벌기업 생존 열쇠, '비용정리·선택과 집중·방향전환·본질회귀'

입력 : 2016-05-16 오후 12:06:00
기업 구조조정은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는 일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보다 가벼운 몸으로 멀리 또 빠르게 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성장과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산업변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기업의 턴어라운드 성공률이 5~7%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앞서 체질변화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 해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구조조정 전략의 도움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조선·해운업계를 향하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다. 경영난에 빠진 조선·해운사들은 인원감축과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채권은행에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보릿고개에 비유되는 암울한 업황 탓에 자구안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기업들로 눈을 돌려봐도 구조조정이 화두다.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의 샤프나 파나소닉 등은 제 때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못하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소니나 제너럴모터스(GM), 스타벅스 등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재기할 수 있었다. 
 
GM, '고비용 구조' 수술하며 정상화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인 GM은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악화되던 GM은 지난 2009년 6월 자산(823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부채(1730억달러)를 견디지 못하고 뉴욕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당시 GM 주식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며 다우존스지수에서 제외되는 굴욕도 겪었다.
 
이후 GM은 회생을 위해 사업을 이어나갈 '뉴 GM'과 부실 뒤처리를 맡게 될 '구 GM'으로 회사를 쪼갰다. '뉴 GM'은 수익성이 양호한 자산과 사업 일부만 인수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이 과정에서 GM은 보유하고 있는 8개 브랜드 중 절반인 4개를 매각하거나 폐지했으며 미국 내 공장 수도 47개에서 30개로 통폐합했다. 딜러 조직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고비용 구조도 과감히 정리했다. GM의 경우 종업원과 퇴직자, 그 가족에 평생 부담하는 의료비 및 연금비용인 유산비용 부담이 컸다. 유산비용 때문에 GM의 시간당 노무비는 경쟁업체인 도요타나 현대차의 1.5~2배에 육박했다. GM은 미국자동차노조(UAW)와 대타협을 통해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합의하며 인건비 부담을 축소했다. 퇴직자의료보험펀드 출연금도 계획했던 규모의 절반으로 줄였고 생산직 근로자 수도 2008년 6만2000명에서 이듬해 4만명으로 축소하며 노무비 부담을 34% 경감했다. 과감한 조직 슬림화와 유산비용 정리 덕에 지난 2012년 GM은 구제금융을 3년만에 졸업할 수 있었다. 
 
소니, '선택과 집중'으로 8년만에 흑자
 
일본의 소니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회생할 수 있었다. 휴대용 워크맨과 TV 등을 통해 한때 최고의 가전기업에 올랐던 소니는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007년 이후 소니는 한 해를 제외하고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회계연도의 흑자도 자산매각으로 인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했다. 
 
히라이 카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신화
 
소니의 유전자를 바꾼 것은 2012년 구원투수로 등판된 최고경영자(CEO) 히라이 카즈오였다. 그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봉급 삭감을 자처했다. 이어 부동산 등 자산 매각과 공장 통폐합, 인력 감축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2014년에는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과 게임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돈이 안 되는 PC사업을 매각하고 TV사업을 분사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PC사업은 10년간 7900억엔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골칫거리였다. 
 
지난해 소니는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구조조정의 결실을 맺었다. 비용절감 노력으로 모바일 통신 사업부의 손실이 30% 이하로 축소됐고 집중 육성한 게임사업부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판매 호조를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만 아직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GE, 미래사업을 향한 빠른 전환
 
제너럴일렉트릭(GE)은 보다 과감한 사업 전환을 통해 장수하고 있다. GE는 올 초 회사의 모태이자 상징인 가전사업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했다.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매각이었다. 당시 가전사업부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 보고 매각을 결정했다. GE는 비슷한 이유로 방송과 영화, 금융부문도 모두 정리했다. 금융부문은 한 때 일년 수익의 절반을 벌어들이던 사업이었다. 
 
제프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사진/뉴시스
 
몸체를 정리한 GE는 이제 미래 성장산업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지난해 9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며 "소프트웨어 사업으로만 150억달러를 벌어들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50억달러는 지난해 GE의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GE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다. 지난해 8월 초 선보인 산업 클라우드 솔루션인 '프레딕스 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프레딕스는 산업 기계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세계 최초의 산업용 클라우드다. 프레딕스의 확장을 위해 지난해말 4000명 수준인 개발자를 올해 말까지 5배인 2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력 생산성을 높이는 지능형 송전망인 '디지털 파워 플랜트'와 공장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기계 결함을 운영자에게 즉각 알려주는 '브릴리언트 팩토리(똑똑한 공장)' 등도 주요 제품이다. 
 
스타벅스의 전략, '본질에 충실하라'
 
때로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수도 있다. 스타벅스가 그 증거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스타벅스는 지난 2007년 이후 실적 부진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장 방문 고객 수가 감소했다. 2007년 말 기업가치는 130억달러로 연초 대비 42%나 폭락했고, 2008년 2분기에는 창업 이후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의 근원은 지나친 양적 팽창이었다. 신규 개점을 통한 성장에 집중하면서 2002년 5886개였던 매장 수는 5년 뒤인 2007년 1만5011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장 가속화를 위해 커피 이외의 식음료를 판매하고 음반, 도서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자동화된 대형 커피머신을 도입했지만 이는 오히려 '고급 커피'라는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AP
 
이후 스타벅스는 '본질 회귀' 전략을 선택했다. 신규출점 계획을 27% 축소하면서 미국 내 기존 매장 중 600곳을 폐쇄하는 결단을 내렸다. 스낵 메뉴도 삭제하고 매장 내의 음반, 서적 판매도 중단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7100개 매장의 문을 동시에 닫고 바리스타들에게 커피 제조기술을 교육하기도 했다. 전 매장의 문을 닫으면 하루에 600만달러의 손실을 보지만 이를 투자비용이라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국 스타벅스는 2010년 영업이익을 전년대비 160% 키우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15회계연도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192억달러를 기록했고, 2016회계연도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초점 집중·내부 개혁·빠른실행이 핵심"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초점 집중, 내부 개혁, 빠른 실행의 3가지가 턴어라운드의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해 전략의 초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이 턴어라운드 전략 실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공통 어젠다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부 체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위기의 근본 성격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외부요인에 대한 대응보다 조직 내부의 제도, 문화, 관행, 가치관 등을 개혁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민세주 수석연구원은 "GM은 전성기 시절의 제도와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임을 스스로 인정해 굴레로부터의 탈출 전략을 시행했고, 스타벅스는 양적 성장을 추구해 온 몇 년간의 전략이 실패였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빠른 결단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의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1년 이내에 과감한 턴어라운드 전략의 실천 조치 대부분을 결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GM은 파산위기 3개월 만에 자구계획을 수립했다. 스타벅스는 턴어라운드 추진 발표 2개월째에 전 매장의 문을 닫는 의식을 실시해 의지를 표명했고 6개월 뒤에는 매장 폐쇄를 실행에 옮겼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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