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과한다더니…연락 없어"

공식 사과 30일 경과…보상 논의도 안하고 검찰 수사 탓만

입력 : 2016-05-16 오후 3:44:02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가해 기업들이 처음 공식 사과입장을 밝힌지 3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개별적으로 사과하거나 보상방안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진심이 담긴 성의있는 보상을 진행하겠다"던 가해 기업들의 발표가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가해 기업들은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야 피해자와 만날 수 있다는 해명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홈플러스와 옥시레킷벤키저 등 사망사건이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위한 전담기구를 조성해 개별적인 보상과 사과를 약속한 바 있다.
 
피해보상 발표 이후 한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 기업 중 피해자 혹은 피해자단체에 연락하거나 직접 만나 사과나 보상방안에 대해 논의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현재까지 단 한 곳의 기업에게도 직접적 사과는 커녕 연락조차 받은 바 없다"며 "(이 같은 이유로) 그들의 사과는 피해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검찰에 사과한 것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5일 총 19명으로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보상전담팀'의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 역시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정종표 부사장을 중심으로 법무팀, 재무팀 등 사내인사와 외부 법조·의학전문가 등 사외인사 10여명을 위촉해 전담기구 구성을 이미 마친 상태지만 아직 피해자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가해 기업들은 피해자들과 만나 개별적으로 사과하거나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는 "피해보상 전담기구는 현재 피해보상안과 재원을 마련하는 단계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인과관계가 밝혀지고 등급별 피해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파악돼야 본격적으로 피해자들과 만나서 보상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보상방안을 마련해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예의"라며 "이를 위해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상방안을 확정해 진정성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검찰의 1차 수사 결과가 오는 7월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춘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피해보상 전담기구의 진행상황과 피해자 면담여부 등에 대한 '뉴스토마토'의 질문에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외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유발한 옥시 옥시 제품 퇴출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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