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164.50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9월 26일 1160.50원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 종가 1167.00원보다 3.00원 내린 1164.00원으로 출발했으나 1168.70원까지 반등한 뒤 1160원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특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동결 이후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 환율,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나.. 당국의 고민
외환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의지가 확실할 만큼 1160원대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 달러화 약세 등으로 환율 하락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당국의 환율 하락 방어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일, 한국은행은 추석 연휴 후인 5일 각각 "구두 개입"의사를 밝혔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국은 1일부터 5거래일째일까지 계속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일 “외환시장 쏠림이 과도하다”고 했고,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도 5일 "시장의 쏠림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의 비정상적이고 급격한 변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원화는 달러나 유로와 같은 기축통화와 달라 정부는 필요할 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의 시장 개입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란 얘기다.
외환당국은 지난 8일에도 1171.00원으로 시작한 환율이 오전 10시와 오후 12시20분께 1160원대로 움직이자 바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1170원대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장 마감 30분를 앞두고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급락하는 바람에 올 들어 처음으로 1160원대로 떨어졌다.
당국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1일 개입 물량만 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후 6억에서 9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5거래일 동안 총 50억달러 정도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이 시중 달러를 사들이면 외환보유고가 늘어난다. 대신 원화를 시중에 과도하게 풀어야 하고, 이는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를 막으려면 한은이 통화안정채권(통화 안정을 위해 한은이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률보다 높은 상황이다.
◇ "수출기업 채산성 때문에 정부 개입 계속 될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자 ‘아시아 국가, 달러 하락속도 낮추기 위해 안간힘(Asia tries to slow decline of dollar)’ 기사에서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가 1년래 최대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나라의 중앙은행이 달러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기업의 채산성 우려를 들었다.
박중섭 대신증권 시장전략팀 선임연구원은 "정부 개입의 장단점이 있다"며 "물가상승률에 비해 환율이 높지 않다. 정부 개입도 환율을 끌어내리기 보단 일정 수준을 지지하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정부 정책의 소위 '약발'이 먹힐 수 있단 애기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현물시장 순매수 기조가 살아나 급락세가 연출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지가 강해 올해 1150원대에서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