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7월 출시하기로 했던 금융권 공동의 오픈 API 플랫폼이 9월로 연기됐다. 은행별 시스템 연동 테스트와 보안성 확인 작업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린 탓이다. 오픈 API 수수료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 또한 출시일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결과라며 애초에 올 상반기 동안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금융권 핀테크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오픈 API 플랫폼의 출시를 당초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유있게 3분기 정도로 개시할 예정"이라며 "전산이라는 것이 납기일을 딱 맞추는 것보다 안정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보니 예정보다 일정이 뒤로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드림홀에서 열린 '2016 제8차 핀테크지원센터 데모 데이 문화예술과 핀테크의 만남'에서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금융결제원과 16개 은행을 아우르는 표준 API 구축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초로 금융권을 통합하는 핀테크 오픈 플랫폼이 올 상반기에 나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최근 들어 출시일을 은근슬쩍 두 달 뒤로 연기한 것이다.
주요 은행 핀테크 담당자는 "개별 은행이 어떤 회사랑 연동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원래 쉽지 않은 작업인데, 핀테크 공동 API 플랫폼은 16개 은행이 서로 기술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금융위가) 의욕적으로 빨리 진행하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출시일이 연기된 이유는 은행 내부적으로 테스트 진행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은행마다 시스템 운영 환경이 다른 데다, 이 작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경우도 있어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결제원은 "몇몇 은행이 테스트 끝났다고 먼저 서비스 출시할 수는 없으니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라며 "하나은행처럼 전산통합을 먼저하고 그다음에 오픈 API 시스템을 점검하려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은행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를 둘러싼 의견차도 생각보다 크다. 각 은행마다 생각하는 수수료 수준이 달라 아직까지 수수료 이용료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원래 API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던 은행이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높게 받았던 은행 입장에선 어느정도 수익을 포기해야 하니 쉽지 않은 결정인 셈이다.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은행들은 보안성 심의를 마친 상태이나, 핀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보안을 유지할 지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