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위원회가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비급여 코드 단일화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6개 관계 기관은 18일 방문규 복지부 차관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하는 '실손보험 정책협의회'를 열고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실손보험 문제를 차관급 회의체에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보장범위가 연계된 보충형 건강보험상품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약 3200만명이 가입했다. 하지만 일부 가입자들이 이른바 '의료 쇼핑'에 나서고 의료기관들도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한 과잉 진료에 나서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높아지고 보험사들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장은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이날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올해 말까지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TF는 실손보험 관련 통계시스템을 우선 정교화하고 비급여 진료 코드 표준화에 착수하는 등 부처별로 우선 추진 가능한 과제부터 진행한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 코드 표준화에 대한 견해차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기자들을 모아 28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비급여 진료 코드를 표준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 이번 TF는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사안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진료 코드 표준화를 끝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 코드 표준화와 관련해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못 박았다.
비급여 진료 코드는 실손보험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지만, 관계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복지부는 실손보험 정상화보다는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 금융위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법 개정이나 정책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실손보험과 관련해 과거 금융위와 복지부의 감정의 골이 깊은 것도 문제다. 과거 실손보험 도입 당시 금융위는 복지부의 자문이나 협업 없이 단독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이제 와서 아쉬운 소리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 코드 표준화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며 "실손보험 도입 당시 (금융위가) 전부 알아서 처리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아쉬운 소리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부위원장(우측)이 18일 실손의료보험제도 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