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달 15일 미국에서 먼저 개봉해 한 달도 되지 않아 8억2925달러(한화 9808억원)의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정글북'이 국내에서 베일을 벗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정글북'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러디어드 키플링의 동명 소설 '정글북'(1894년)을 영화화 한 이 영화는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닐 세티)를 중심으로 한다. 호랑이 쉬어칸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모글리와 그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다. 모글리는 호랑이 쉬어칸에게 쫓기고, 비단뱀 카아에게 잡아먹힐 뻔 하고, 원숭이들의 왕인 거대한 오랑우탄 루이에게는 갇힐 뻔 한다. 험난한 여정이지만 친구인 곰 발루와 흑표범 덕에 위기를 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인 늑대 아킬라를 쉬어칸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쉬어칸과 맞붙는다.
영화는 그야말로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동화책이다.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장면이 특수효과로 구현됐음에도, 조금의 이질감이 없다. 울창한 정글부터 빗물에 촉촉하게 젖은 동물의 털, 생생히 움직이는 동물의 표정까지 모두 제작진의 손에서 창조됐다. 수준 높은 완성도에서 발현된 70여종의 동물들도 하나의 볼 거리다.경이적이라는 할리우드 평가가 충분히 이해된다.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은 정글의 풍경과 함께 나무 위를 달리는 속도감마저도 훌륭하다. 모글리가 발루의 배 위에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는 장면이 실사로 구현되는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모든 것들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닐 세티는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는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성인 연기자들도 어려워하는 블루 스크린에서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인형극 공연자들의 큰 도움이 있었다는 것이 스크린을 통해 확인된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닐 세티의 장점을 극대화 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호감을 갖게 되는 캐릭터다.
'정글북'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만 동화책 특유의 1차원적인 스토리 전개와 끝이 예상되는 갈등, 전형적인 마무리 등은 스토리를 중시하는 한국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동화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시각적인 구현에만 집중한 것이 아쉽다. 또 3D라는 점에서 피로도가 높다. 약간만 시선이 틀어져도 포커스가 나가는 점은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시각적인 쾌감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이다. 성인에게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는 정글을 누비는 체험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가진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오는 6월 9일 개봉하며, 상영시간은 106분이다.
플러스(+) 별점 포인트
▲ 오감을 자극하는 CG : ★★★★
▲ 살아 숨 쉬는 듯한 각 동물들의 표정 : ★★★
▲ 밝고 명랑한 닐 세티의 연기 : ★★★
▲ 곰 발루를 이용한 적절한 유머 : ★★★
▲ 추억에 젖게하는 몇 몇 장면 : ★★★
▲ 짧지만 강렬한 뱀 카아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동화책을 벗어나지 못한 스토리와 메시지 : ☆☆☆
▲ 누구나 예상되는 뻔 한 결말 : ☆☆☆
▲ 시선이 조금만 틀어져도 깨지는 포커스 : ☆☆☆
▲ 감정만 너무 앞세운 악당 쉬어칸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