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공기관 9곳 가운데 5곳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무리한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관련 제도 마련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기업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중은행 등 민간부문에서는 노조의 반발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라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시중은행도 관련 제도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금융공기관 9곳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대다수 금융공기관이 노조의 동의가 없이 이사회를 진행하는 등 논란 속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되고 있지만 민간 금융기관들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는 평가다.
금융권 노사의 대표자 격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오는 23일 산별중앙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이 최근 첫 회동을 갖고 산별교섭 재개 방안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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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만남이지만 금융권 노사간의 협상 테이블이 본격적으로 차려지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측은 연내 성과연봉제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성과연봉제 확대의 내용은 민간은행과 구조가 비슷한 기업은행이 참고가 될 전망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산업은행 등의 경우처럼 다음주 중으로 사측 단독으로 성과 연봉제 도입을 위한 이사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장 과장 등 비간부직의 평가를 승진 뿐만 아니라 성과급과 기본급 인상률에도 반영하는 기업은행 안이 큰 골격이 되고 나머지 구체적인 수치는 은행마다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대형은행들은 이미 성과연봉제 확대 등을 놓고 노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2월 구성한 성과주의 TFT는 잠정 중단됐다가 이달 들어 재가동됐다.
우리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TFT를 가동하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성과주의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성과평가 지표 개발 등을 통해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노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협상을 위한 TF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의 경우 노조 반발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금융공기관들의 경우 노조의 반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별교섭에서 빠지는 등 강수를 뒀지만 민간기관의 경우 산별교섭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관련 제도가 도입되기 어렵다.
금융당국으로서도 민간기관을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자칫 금융공기관의 사례처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페널티를 운운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할 경우 '관치' 논란이 일 수 있다.
아울러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금융공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기준을 만들어 노조에 통보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나온 지적이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김광림·더불어민주당 변재일·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첫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하고 "2015년 노사정 합의로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측에 전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성과주의 도입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도 이제는 지켜보고만있기 힘들어진 것 같다"며 "우선 산별교섭 진행상황을 봐야하겠지만 금융노조가 9월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라 어떻게 풀어야 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오는 23일 산별중앙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금융노조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대통령주재 성과연봉제 도입 점검회의에 노조측의 참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