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최근 분양시장 과잉공급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초기분양률(분양 시작 6개월 이내 단지의 계약률)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건설사들은 계약금이나 중도금과 관련된 금융혜택을 제공하거나 유상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분양시장이 한창 뜨거울 당시 비싼 가격으로 배짱(?) 분양을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초기 분양률은 작년 4분기(87.7%)에 비해 9.1%p 하락한 78.6%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향하던 지난해 2분기(92.2%)에 비해 13.6%p 떨어진 것이다.
특히,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부동산 광풍을 주도했던 대구와 부산 등 지방광역시의 초기분양률이 크게 하락했다. 대구는 작년 4분기 92.8%에서 올해 1분기 46.1%로 46.7% 급락했다. 광주도 같은 기간 92.4%에서 46.1%p 떨어졌으며 부산은 88.5%로 8.6%p 하락했다. 작년 4분기 100%를 기록한 울산은 89.0%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과잉공급과 저성장으로 실제 분양계약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은 모두 329개 단지, 18만3881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13년 만에 최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117가구)에 비해 2만가구가량 많다.
여기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이 늘어나는 것도 초기분양률을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 들어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권에 웃돈이 붙는 단지가 크게 줄어들자, 투기성 청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엄근용 건산연 책임연구원은 "전국 초기분양률은 2014년 상승세를 보이다가 작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일부 지역의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실제 분양계약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분양시장은 과잉공급과 저성장, 대출요건 강화 등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아 분양계약률을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초기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대출 규제 요건 강화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늘면서 혜택을 주기 어려워졌으나, 공급이 몰린 지역이나 대단지의 경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총선으로 미뤄졌던 공급이 이달로 몰리면서 과잉공급 우려까지 겹치자 혜택은 더 늘어났다.
일단 중도금무이자와 같은 금융혜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여신심사 강화,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 대출이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른 상황인 만큼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금융혜택을 제공하면 분양계약률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최근 은행 중도금 대출금리가 3%대 중반까지 상승했다"며 "중도금무이자 혜택을 줄 경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가격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옵션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가하면 단지 내 상가에 유명 학원이나 교육시설과 연계한 시설을 조성, 학군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도 있다.
지난해 견본주택 개관 후 잔여물량을 공급 중인 A단지의 경우 발코니 무상 확장, 시스템에어컨 무상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으며 작년 말부터 분양 중인 B단지는 발코니 확장시 현관 중문을 설치해주고 주방에는 식기건조기, 고급 4구 쿡탑, 주방 TV폰 등을 제공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건설사들이 단순 홍보에서 벗어나 계약으로 직접 연결될 만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초기계약률 하락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서 건설사들이 금융혜택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한 분양단지 견본주택 내 상담석.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