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소비자후생 증대가 경쟁제한효과보다 클 경우 최저판매가격유지행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13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란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로 하여금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할 때 최저가격을 지키도록 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가격을 정하면 유통업체는 그 가격 이하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도서정가제 뿐이다.
공정위의 현행 심사지침은 최저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해 소비자후생 증대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관련시장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활성화 돼 있는지 ▲그 행위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화되는지 ▲신규사업자로 하여금 유통망을 원활히 확보함으로써 관련 상품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사업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후생 증대가 경쟁제한효과보다 클 경우 최저판매가격유지행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사진/뉴시스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의 판시를 반영한 것으로 최저가격 유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보지만, 소비자후생 증대가 경쟁제한효과보다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상민 공정위 감시총괄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의 판례를 받아들여 사업자의 입증과정까지 검토해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최저판매가격유지행위와 관련해 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 관련 규정도 제도의 취지와 지침 체계에 맞게 수정했다.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이 지정된 가격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고가격 유지행위가 유통업체간 카르텔 가격으로 기능하는 등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규정하되 소비자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효과를 상회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음을 명시했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