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치권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은 첫 방문지인 산업은행에서 직원 동의서 작성 과정이 "강압이다" "아니다"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은 24일 오전 산업은행을 방문해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진상조사단은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박완주·이학영·김기준·남인순·김경협·홍익표 의원과 이용득·정재호·송옥주·조승래 당선인 등 총 11명 구성됐다.
진상조사단은 먼저 산업은행 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사태를 보고 받고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이동걸 회장 등 사측 관련자들과 만나 입장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한정애 의원은 사측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별 동의서를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개별동의서를 받지 않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이고 사측에 노조의 의견을 묻고 합의를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산은이 현재 구조조정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집안 내부 문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 오해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이) 직원들에게 성명을 발표하고 부서장이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회람해서 서명할 사람은 하라고 했던 부분이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동의서를 받지 않았다"며 "세월이 어느 세월인데 강압 행위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산은이 직원 동의서 등의 과정 전에 일련의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짐작컨데 노조는 성과연봉제 대상이 아닌 5~6급 직원을 모두 투표 대상으로 포함해 94.6%의 반대를 받은 것 같다"며 "성과연봉제 대상은 4급 이상으로, 사측은 81%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에 대해 "회장은 강압적인 의지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부서장들의 경우에는 부서장 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서원들에 대한 폭압적인 행위가 이어지고 관련 제보가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은 집안 내부 문제라고 했는데 성과연봉제 도입이 어떻게 산은 만의 문제이냐"며 따졌다.
김 의원은 "노조 투표 결과 95%의 직원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한 것은 전직원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5~6급 직원이 승진하면 4급이 되는데 전직원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했다고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대통령주재 성과연봉제 도입 점검회의가 있는 다음달 9일 이전까지 금융공기관 방문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한정애 의원은 "구체적인 일정은 당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대통령 성과주의 면담이 있는 다음달 9일까지는 성과주의 도입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금융공공기관 10여 곳을 추가로 방문해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진상조사단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현장조사 중 이동걸 회장 및 임원들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