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특유의 B급 감성과 유머 코드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엠넷 '음악의 신2'가 초반부터 강력한 웃음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상민의 이니셜 L과 탁재훈의 T, 엔터테인먼트의 E를 합성한 LTE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오디션과 음악예능과의 전쟁을 선포한 '음악의 신2'는 4년 전인 시즌1보다 더 독해진 수위와 풍성한 캐릭터, 허를 찌르는 풍자까지 더하면서 더욱 강렬한 농담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음악의 신2' 출연진. 사진/엠넷
더 독해진 농담의 수위
일종의 파일럿 버전이었던 인터넷 방송에서 '음악의 신2'는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회가 거듭하면서 더 강해진 농담의 수위로 시선을 끌고 있다. 출연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한 디스전을 펼치고 있다. 때로는 다른 방송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의 비난도 던지고 있다.
특히 지난 3회에서 돼지머리라고 놀림을 받은 백영광이 나인뮤지스 경리에게 "내년에 임신에서 결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리가 막걸리를 뿌리는 장면은 확실히 독해진 '음악의 신2'의 면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기도 없고 예민한 소재도 거침없이 다룬다.
이상민이 백영광을 괴롭히는 수위도 강해졌다. 시즌1 때는 거의 욕만 했지만, 이제는 따귀도 때린다. 짜고 하는 방송임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파워에 같이 있던 사람들도 놀란다. 뿐 만 아니라 기존에는 많이 보이지 않았던 19금 개그가 난무하며, 표절, 이혼과 같은 출연자들의 흑역사와 관련된 키워드도 시시때때로 나온다. MSG가 첨가된 느낌이 강하지만, 워낙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덕에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음악의 신2'만의 강점이다.
이상민과 탁재훈. 사진/엠넷
명불허전 이상민, 안정감 찾은 탁재훈
4년 전에는 다소 불쌍하기도 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던 이상민은 이번에는 확실히 허세로 무장했다. 4년 전에 비해 실제로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나 JTBC '님과 함께', XTM '더 벙커' 등에서 활약했으며 최근 지상파 출연 정지도 풀린 그는 이제 SM, YG, JYP를 자신의 발밑으로 두겠다며 호언장담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조금의 허세만 부려도 재미를 줬던 그는 4년이 지난 지금 훨씬 더 강력한 허세를 통해 웃음을 만들고 있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완벽한 연기를 통해 '음악의 신2'를 또 한 번 화제의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파일럿 때 연기와 실제 행동이 너무도 분명해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은 탁재훈은 단 3회 만에 안정세를 찾은 느낌이다. 초반부 연기하는 느낌이 강했던 그는 이제 무엇이 연기고 실제인지 분간이 안 되게 행동하고 있다. 여기에 특유의 날카로운 애드리브와 재치까지 발휘하며 '음악의 신2'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다.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예측불허의 독한 말을 내던지는 백영광과 엠넷의 '미친개'를 자처한 이수민, 베일에 감춰진 듯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폐부를 찌르는 멘트를 던지는 김가은, '월급루팡' 박경리, 자기복제를 강요받는 작곡돌 진영(B1A4), LTE를 통해 아이돌의 꿈을 품은 김소희와 윤채경까지 기존 멤버와 새 멤버의 활약상이 조화롭다.
이상민과 탁재훈. 사진/엠넷
허를 찌르는 풍자
'음악의 신2'의 새로운 강점은 풍자다. 예상 밖의 타이밍에 갑작스레 허를 찌르는 성역 없는 풍자는 웃음을 주면서 생각할 거리도 함께 던진다.
'음악의 신2'를 방영하는 채널 엠넷을 두고 "'악마의 편집'을 하는 엠넷과 일하기 싫다"는 게스트 유병재의 발언은 그간 '슈퍼스타K', '언프리티 랩스타', '쇼미더 머니' 등에서 브랜드처럼 된 엠넷의 악마의 편집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MBC '복면가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수협회장인 김흥국을 만나 MBC 앞에서 시위를 해달라는 지점은 웃기면서도, 자신 보다 센 사람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비춘다. 죄 없는 백영광을 불러 갑자기 따귀를 때리며 공포감을 조성한 뒤 아이돌 연습생인 김소희와 윤채경에게 17년 계약을 체결하고 3년 뒤에 정산을 해주겠다는 이상민의 모습은 공공연히 알려진 연예계의 노예계약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비슷하게 복제하는 내용이나, 행사를 잡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도 풍자 요소다.
이렇듯 '음악의 신2'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업그레이든 된 형태로 역대급 예능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도 '음악의 신2'의 여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보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