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꿈의 4할'을 향한 김문호(29·롯데 자이언츠)의 타격이 견고해지고 있다.
김문호는 지난 24일까지의 경기 결과 타율 0.422(39경기·161타수)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에서 4할 타율을 넘긴 선수는 김문호가 유일하다.
김문호는 시즌 개막부터 4할 타율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야구계 대다수는 그의 타율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덕수고 시절부터 '천재 타자'로 불린 김문호이지만 이미 10년도 넘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문호는 프로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9시즌을 치르면서 지난 시즌 기록한 타율 0.306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평범한 선수였다.
특히 '4할 타자'에 대한 상징성이 김문호를 더욱 작게 만들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의 타율 0.412 이후 4할 타자는 아직 국내에 없다. 그나마 백인천도 당시 시즌 80경기 체제였기에 가능했다. 현재 144경기를 치르는 환경에서는 그만큼 4할 타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1994년 8월21일까지 104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400을 기록했던 이종범이 백인천 이후 가장 4할 타자에 근접했던 선수로 꼽힌다. 프로야구 역대 기록에서 지금의 김문호보다 더 오랜 기간 4할 타율을 유지한 선수는 이재원(2014년 75경기), 장효조(1987년 71경기), 이정훈(1992년 57경기), 로베르토 페타지니(2009년 56경기), 유한준(2015년 42경기)이 전부다.
과학적으로도 4할 타자의 탄생은 쉽지 않다. 미국 일부 학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100m를 9초 이내로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에 빗대 "이론적으로 4할 타자는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를 끝으로 75년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은 아예 4할 타자를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김문호의 타격감은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홈런왕 출신의 장종훈 롯데 타격 코치는 중심축을 뒤에 두는 것을 김문호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과도 일정 부분 일치한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타격의 과학>에서 "타자가 스트라이크존에서 2인치쯤 빠지는 공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상대 투수의 스트라이크존을 35% 정도 넓혀주는 꼴"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타격에 앞서 공을 잘 골라내야 함을 역설한 셈이다. 그만큼 공을 끝까지 오래 보는 것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배팅에 앞선 필요조건이라는 조언이기도 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보기에도 김문호는 현재 이러한 조건을 잘 지키고 있다. 조 감독은 "김문호의 선구안이 가장 좋아졌다. 공을 오래 보고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은 김문호의 자세가 타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조건에는 부합하는 셈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롯데 자이언츠의 김문호.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