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현대상선(011200)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진전을 보이면서 정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컨테이너선주들과 협상이 진척된 가운데 현대상선 측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이후 채무조정과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 등을 앞두고 있다. 당분간 해운업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회사가 재건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 직원들이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상선) 사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해운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상선 전체 용선료 협상의 결과를 좌우하는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과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선주인 '조디악'이 협상내용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용선료 협상 결과가 이날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31일과 다음달 1일에 사채권자집회가 잡혀있는데 이 자리에 용선료 협상 결과를 들고 가야 출자자들에게 출자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드라인을 고수하기보다는 협상내용에 충실히 임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 및 채권단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용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불 공동 핀테크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 시한보다는 (협상을) 타결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 역시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30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사채권자들에게 협상의 진척 상황을 설명해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선료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나면 현대상선은 다음날인 31일과 내달 1일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총 8043억원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앞서 현대상선은 전체 8043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2년 거치 후 3년 분할 상환(5년만기)으로 바꾸는 방안을 이미 제시했고, 이번에 열리는 집회에서 이 방안이 상정된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권조건 변경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전체 사채권(발행사채 총 금액)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사채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한다. 회사채 대부분은 신협 등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개인 비중이 높아,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채권자 설득을 마친 뒤인 2일에는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동맹인 'G6'회원사들과 회의가 열린다. 표면적으로는 내년까지 운행되는 G6 운영회의지만, 현대상선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동맹인 '디얼라이언스' 가입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가 마무리되면 채권단은 앞서 의결한 6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시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 대 수준으로 낮아져 정부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살아난다해도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저성장기조가 계속되고 물동량 증가율이 2%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엄밀히 말해, 당분간의 업황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재무정상화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방안으로 회사가 되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