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TX조선해양 '파산' 전혀 고려 안해"

대형기업 회생절차 개선안 발표
전문성 제고·이해관계인 의견 반영

입력 : 2016-05-31 오후 1:35:36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STX조선해양 회생절차를 계기로 대형기업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회생을 위한 절차가 개선된다. 조기에 재무구조를 정상화시켜 기업을 시장에 복귀시키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조선회사 등 대형기업에 특화된 회생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고 조직도 정비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44000억짜리 구조조정, 무의미한 손실

 

STX조선해양은 20134월 자율협약을 개시했지만 회생절차 개시신청 이전까지 44000억원을 쏟아 붓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반면 동양그룹 5개사, 팬오션, 웅진홀딩스 등의 기업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없이 곧바로 법원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와 신규자금 지원 없이 회생에 성공했다. 현재 정상기업으로 시장에 복귀했다.

 

법원 관계자는 "조기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채무조정·저가수주계약 해지·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했다면 44000억원보다 훨씬 적은 자금으로 회생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법원이 STX조선해양 회생사건을 계기로 관련 절차를 개선하고 조직정비에 나선 배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전문적이고 신속한 도산절차가 기업 살려 

 

유럽 정책연구소장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는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 극복에 차이를 보인 주요한 원인을 미국의 전문적이고 신속한 도산절차에서 찾고 있다.

 

미국 자동차기업 GM과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 성공사례에서 나타나듯 구조조정 성패는 적기에 신속하게 구조조정절차에 진입하느냐에 달려있다.

 

2008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구체화되자 미국 정부는 부실자산프로그램을 도입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해 GM과 크라이슬러에 지원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 뉴욕 남부 연방파산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기업회생절차 내에서 새로 설립된 회사에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공적자금 투입과 기업회생절차를 결합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마친 사례로 꼽힌다.

 

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인 의견 폭넓게 수렴

 

법원이 밝힌 회생절차 개선안을 보면 먼저 채권자협의회와 별도로 이해관계인 협의체를 구성한다.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근로자·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에게서 폭넓은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관련 법률에는 주요채권자 10인 이내만을 대상으로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돼 상거래채권자, 주주 등은 회생절차와 관련해 법원에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가 없었다.

 

임의적 절차로 열렸던 제1회 관계인집회와 관계인설명회는 필수적으로 개최된다. 1회 관계인집회는 법원에서 열린다. 관계인설명회는 주주, 근로자 등 이해관계인별로 구성된 협의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업종 전문가 CRO 선임

 

회생절차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도입된다. 해당 업종 전문가를 구조조정담당임원(CRO)으로 선임한다. 해당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업계 전반을 두루 아울러 구조조정업무를 수행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경제·산업분야 관련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구성된다.

 

재판부도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데 힘쓴다. 동종 업체 또는 계열사인 대형기업 회생사건이 동시에 접수될 경우를 대비해 재판부 사이에 소통을 늘리고 통일적인 업무처리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대형사건을 맡는 파산3·4·6부 구성원 7명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또 법원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 내에 관련 업무 전담부서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직접 인력도 지원한다.

 

기존 워크아웃 제도 장점 접목

 

법원은 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신규자금지원, 채권단 권리강화는 워크아웃의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 위기에 놓인 기업이 직접 투자자를 찾아 회생절차를 진행해 법원 밖에서 사적 구조조정을 노린다. 법원 안에서는 법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법원은 파산3부에 배당한 뒤 접수 당일 오후 8STX조선해양의 자산을 동결하는 보전처분을 했다.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도 내렸다.

 

법원은 이번 주 현장검증을 통해 조선소 현황을 점검하고 협력업체와 근로자의 의견도 듣기로 했다. 회사와 이해관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절차 진행을 도모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금융권 등에서 STX조선해양의 청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회사가 회생신청을 한 이상 현재로서는 청산(파산선고)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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