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낮 시간대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택시에 치어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의견을 받아들여 70대 택시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권모(75)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결과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쟁점은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친 사건에서 운전자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였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권씨에게 과실이 없다고 평결했고, 재판부도 평결결과를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 70km를 위반해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고발생 지점의 구조나 기상상황에 비춰 무단횡단하는 피해자가 있으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해 4월14일 오후 1시25분쯤 서울 강남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었다. 편도 3차로 가운데 1차로로 이동하면서 전방 좌우를 잘 살피지 않고 조향·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단하는 피해자 A씨를 쳤다.
A씨는 권씨가 몬 택시 앞 범퍼 부분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고, 이날 오후 2시9분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발성외상으로 숨졌다.
한편 유사사례로 지난해 11월10일 선고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사건도 있다. 낮 시간대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재판부(재판장 엄상필)는 배심원 7명의 전원일치 평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견해를 경청한 후 무죄의견을 제시했다"며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법감정에 맞게 형사재판의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