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스위스 전 국민에게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국민들이 복지보다 경제를 택하면서 투표가 부결됐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스위스 공영방송 RTS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가 국민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78%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투표 결과 스위스 내 26개 주에서 모두 반대표가 절반을 넘겼다고 말했다. 특히 시 당국이 유일하게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던 로잔에서도 반대표가 67%로 우세했다. 유권자 비율은 46%로 집계됐다.
해당 법안은 스위스 정부가 매달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 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2013년 조건없는 기본소득안 도입을 제안한 캠페인 단체(BIS)가 13만명의 서명을 얻어 정식 발의됐다.
찬성론자들은 인간의 존엄을 고취시키고 공공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불평등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위스 기본소득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5일(현지시간) 치러졌으나 부결됐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스위스 정부와 정당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법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가디언은 투표 결과에 대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스위스 국민들이 보편적 복지보다 노동을 통한 경제 성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반대론자들은 “마르크스적인 꿈”이라고 비판했다. 찰스 위폴로즈 제네바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이 발행될 경우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경고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국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스위스 정부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데 연 2080억프랑이 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 정부 지출 규모(연 670억프랑) 대비 세 배의 규모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안 도입에 대한 투표 결과가 예상대로 부결됐지만 찬반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성론자인 랄프 쿤딕은 인터뷰에서 “현세대에서 유토피아적인 정책을 기반한 삶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며 “당장이 아닐 뿐 시행 가능하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안 캠페인을 주도한 다니엘 하니는 “우리는 기본소득안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투표는 논의의 중간적인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기본소득안이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논란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미 기본소득안이 논의되고 있는 핀란드와 네덜란드에서는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