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저유가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16년 만의 정권 교체가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속에서도 새 정권이 추진할 개혁의 성공 여부가 베네수엘라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네수엘라 총선 결과 이후 야권 지지자들이 국기를
들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7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진행된 총선 투표 결과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당이 113석을 차지해 3분의 2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은 5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집권당은 16년 만에 야권에 참패했다. 지난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고 이듬해에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여당은 한번도 다수당 자리를 뺏긴 적이 없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차베스 정부가 고유가를 바탕으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웠지만 유가 하락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베네수엘라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수출의 94%를 원유 수출로 충당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국제 유가 추이가 경제 흐름과 직결된다. 지난 2008년 유가가 140달러를 치솟던 당시 베네수엘라의 경제 성장률이 연간 기준 5.3%까지 올랐으나 유가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마이너스(-)4.0%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국제 유가는 140달러에서 37.80달러로 270% 급락했다.
저유가로 수출과 수입 균형이 무너지고 재정 적자가 급증하면서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화 가치가 폭락했고 물가 상승률은 살인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68.5%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나 글로벌투자은행(IB)은 20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포브스는 800%로 집계했다.
이처럼 경제난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가 부도위험을 모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리케 카프릴즈 야당 지도자는 “이번 총선 결과는 베네수엘라에게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야권 민주연합회의당은 치솟는 물가를 내리기 위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제도적인 법률을 개정하고 부패한 정치적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지는 2018년까지 임기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에 대한 조기 탄핵을 위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현행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차베스 정부 지지자들과 야권 세력의 충돌 역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가 반등이 뒷받침이 되지 안는 한 베네수엘라 경제가 급격하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포브스는 저유가에서의 재정난 위기와 정치, 경제적 개혁 등 베네수엘라 새 정권이 짊어지고 갈 과제 수행 여부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