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들호 변호사와 대한민국

입력 : 2016-06-07 오전 11:15:04
정의란 무엇인가. 슈퍼맨과 같은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 이름은 조들호 변호사다. 한때 검찰에서 잘 나가는 검사였는데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동네 변호사로 변모했다. 우리 주변의 각종 억울한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해결하고 검찰 요직 중의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의’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마침내 조 변호사는 검찰의 뿌리 깊은 비리를 파헤치고 본인의 누명도 벗겨낸다. 눈치 챘겠지만 현실의 일이 아니라 웹툰 만화를 원작으로한 가상의 드라마다. 많은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로 착각하고 통쾌함을 느끼는 대리 만족을 했던 것일까. 자체 시청률을 연일 갱신하며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들호 역을 맡은 배우 박신양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며 드라마의 상황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드라마 ‘조들호 변호사’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원작 만화에 대한 인기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박신양과 김갑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투혼도 빛났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를 뒤로하고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현실의 문제라는데 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데 있다.
 
법치주의는 국가 운영의 기본이며 사법조직은 법치주의의 기둥이다. 법적 전문성이 없고 법률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법원의 문턱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기대고 의지하는 기둥은 바로 정의로운 사법조직에 있다. 재력의 유무에 따라 병원에서 환자를 구분해서는 안 되듯 원고와 피고자의 지위 고하와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법 적용을 받을 권리와 의무를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
 
드라마 ‘조들호 변호사’에서 비추어진 검찰과 사법조직의 모습은 우리의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다. 대형 로펌은 수임하는 사건의 경제적 대가에 따라 움직이고 검찰 고위공무원은 줄기차게 권력상승 욕구에만 매달린다. 최종 판결을 내려야하는 법원에서도 이들 ‘권력’ 앞에서는 철저하게 무기력하게 비춰진다. 물론 드라마일 뿐이고 현실과는 다르다고 불쾌함을 드러낼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실망시키는 상황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피의자와 부절적한 관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았고, 부패한 기업인과 결탁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숱하게 목격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수사했던 고위직 퇴임 검사가 전관예우를 무기로 수백억원대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사건도 연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게 된다.
 
국민들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실시했던 주요집단별 부패 수준 인식 조사(2015년 3월23~25일, 전국 7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7%P, 응답률10%)에서도 검사와 변호사 조직은 전체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부패한 것으로 인식하는 집단은 국회의원이었고 가장 덜 부패한 집단은 교사였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청렴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검사와 변호사 조직은 다른 집단의 평균보다 훨씬 더 반부패적인 성격을 보여줘야만 한다. 특히 영리적인 성격의 변호사 조직과 달리 검찰은 국가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공명정대’한 이미지가 필수적이다. 검찰을 상징하는 기호의 의미는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의’다. 검찰의 정의가 무너진 국가는 더 이상 법치주의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드라마 ‘조들호 변호사’에서는 검찰 조직과 맞서는 조 변호사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된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조 변호사는 잘 나가던 검사 출신의 변호사다. 검찰조직도 잘 알고 있고 법 전문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장인은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이고 자신의 오명도 벗겨내야 하는 처지도 검찰조직과 맞서는 이유로 한몫했다. 드라마의 구성을 꼬집자면 조들호마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현실에 조 변호사같은 사람이 있을 리 없고, 그런 사람이 모든 일상을 내팽개치고 사법정의의 ‘잔다르크’가 될 리 만무하다. 물론 어려운 환경속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다수의 검찰 구성원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부의 몰지각한 처신이 정의로운 검찰의 진면목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당당하게 응답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조들호 변호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이, 대한민국 사법부가, 대한민국 변호사가 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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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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