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상호금융 가계부채 대책 독려

비거치 분할상환대출 비중 5.1%…27일 정책협의회서 우대금리 제공 검토

입력 : 2016-06-07 오후 12:26:0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능력대로 나눠 갚는 '선진여신관행'을 각 업권에 이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유독 상호금융업권만 거북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중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목표치에 한 참 뒤쳐진 상황이라, 상호금융업이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 업권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 '제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주담대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선택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은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대출 상환 방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1금융권과 달리 분할상환에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거치식이 아닌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택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등 유인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업권 직원들이 분활상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은 측면도 있어 직원교육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권에는 없는 특별 인센티브를 적용해서라도 다른 업권과 자체 목표치에 한 참 뒤쳐진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고부담대출, 신고 소득을 활용한 대출은 비거치식으
로 분할 상환하도록 여신 관행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난달 26일 금융위가 배포한 '가계부채 동향 및 향후 관리방향' 자료에 따르면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을 포괄하는 상호금융의 올 1분기 주담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은 5.1%에 불과하다. 내년까지 맞추기로 한 목표치는 15%다. 지난 3년간의 평균 증가율이 1%라 이대로 가면 내년까지 목표치는 커녕 절반에도 못 미칠 수 있다.
 
다른 업권과 비교하면 상호금융권의 거북이 행보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분기 은행권의 주담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은 39.5%로 올해와 내년 목표치인 45%, 50%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 보험 쪽도 지난 1분기 34.7%를 기록하며 내년 목표치인 40%를 향해 가고 있다.
 
이에 금융권 전문가들은 상호금융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나올 법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이나 자영업 비용을 충당하려는 분들이 상호금융을 많이 찾는다"며 "장기 대출이 아닌 3년 정도의 단기 대출이라 나눠 갚으라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이자만 갚는 상호금융권의 대출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해당 채무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제1금융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라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는 증폭된 상황이다.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보다 7.9% 늘어나는 동안 비은행권은 11.4% 늘었다. 그중 상호금융은 11.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5년 들어 가장 많이 불어난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원금은 남겨놓고 이자만 받는 것은 약탈적 금융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소비자는 초기 빚 상환 부담 줄이고 은행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좋지만, 나중에 가면 만기상환 부담 커지고 은행 건전성 악화시키는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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