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신뢰의 위기를 맞은 금융투자시장

입력 : 2016-06-09 오전 6:00:00
금융투자시장이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물류사업 분할계획에 반발해 지난 7일 사옥을 항의방문 하는가 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2일 물류부문 분할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못을 박아 놓고서는 불과 며칠만에 이를 공식 인정했다. 대기업의 말을 믿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개인들로서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업 경영 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는 하지만 회사 입장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다. 한 증권사도 이례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주주는 인질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이를 비판했다.
 
삼성SDS의 주가는 201411월 상장 직후 40만원을 상회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 속에 현재는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물류부문 분할설이 제기된 이달 초에는 15만원대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결정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마저 이렇게 변동성이 심하다면 어떻게 회사를 신뢰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을까.
 
상장기업과 일반 투자자들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공개나 인수합병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있을 때면 이와 관련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곤 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과했던 경우도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또한 심각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뉴스는 일상화 된지 오래다. 당국의 조사와 처벌이 있더라도, 그 수위가 턱없이 미흡해 부당이득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유명 대기업 중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 하다.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부풀리고 손실을 은폐했던 미국 엔론의 최고경영진은 2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분식회계에 연루된 기업의 경영진이 어떠한 처벌을 받았는지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심지어는 사회 정의구현에 앞장서야 할 검찰 최고위 관계자가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월급을 아끼고 생활비를 한푼 두푼 모아 조금이나마 목돈을 만들어보려는 개미들에게 우리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금융투자시장은 투자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 기업의 가치를 믿고 시장에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있기에 상장사와 금융투자업계는 생명력을 얻는다시장의 뿌리에는 신뢰가 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그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다. 시장이 한탕주의로 기울고,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된다면 건전한 투자자들은 손을 털고 떠날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당국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증권가 찌라시 같은 미확인 루머가 횡행하는 배경에는 기업의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오랜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 상장사들로 하여금 좀더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도록 이끌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시장에 실망하고 있다. 그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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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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