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청약 경쟁률과 야시장, 그 달콤함을 믿는가?

입력 : 2016-06-10 오전 8:00:00

 

박관종 건설부장
중국 베이징 왕푸징거리. 이곳에 밤마다 서는 시장은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다. 전갈과 참새, 애벌레를 통째로 튀긴 꼬치는 그 망측한(?) 자태와 유별난 맛으로 유명하다.

 

이것 말고도 남북으로 800여m 길게 뻗은 거리 곳곳에 듣도 보도 못한 수백 가지 먹거리는 물론 각종 기념품 상점 등 볼거리도 즐비하다. 파란 눈 외국인에서 중국 본토 사람들까지 시끌벅적 불야성을 이뤄 시장 특유의 활기참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차 없는 거리가 됐다지만 15년 전 처음 들렀을 때는 신호등 따위 아랑곳없는 사람들과 오토바이, 차동차가 뒤섞여 채증이 엄청나게 심한 도로였다. 그러다가 해가 기울면 차량 진입을 막고 거리 양쪽 가에 하나둘씩 노점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야시장이 열리면 어디서 모였는지 금세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이 거리의 모습에 매료 돼 1주일 중국 여행의 3일 밤을 왕푸징거리에서 마무리 할 정도였다. 방금 튀겨낸 이름 모를 꼬치를 흔들며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던 청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에서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여의도 한강공원과 청계광장, 동대문 DDP에서 ‘밤도깨비 야시장’이 운영 되고 있다. 7월부터는 목동운동장에서도 열린다고 한다.

 

이색적인 푸드 트럭과 수공예 액세서리 노점은 물론 버스킹과 마술쇼 같은 퍼포먼스를 만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서울 곳곳의 명소에서 열리는 마당이니 더욱 매력적이다.

 

야시장은 특유의 에너지와 더불어 그 나라와 지역의 특색, 문화가 어우러져 잘만 운영되면 꽤 쓸 만 한 관광자원이 된다. 청년들의 창업과 예술혼을 발산하는 건강한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반갑지 않은 야시장이 열렸다. 상점은 ‘떴다방’이 운영하고, 손님은 아파트 당첨권을 가진 ‘투기꾼’들의 담당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투기 야시장. 활력은 없고 욕심만 넘친다.

 

이 시장은 아파트 전매 제한이 없어 계약과 동시에 바로 거래가 가능한 지방시장에서 주로 열린다. 웃돈을 붙여 팔려는 자와 대기 매수자들을 매칭하기 위해 당첨자 발표일에 특히 성행한다.

 

이 뿐만 아니다. 인기가 많은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아예 정당계약 전 분양권 불법 거래 시장이 상시 열려있다. 당첨만 되면 돈을 붙여 팔게 해 준다니 순진한 가정주부부터 아파트 투자엔 관심도 없었던 할아버지까지 죄 투기에 나섰다. 실수요가 아니니 계약금 따위도 마련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청약 열기로 이어져 인기지역에서는 수십 대 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되는 건 기본이다. 당첨만 되면 양심의 가책을 잊게 할 달콤한 불법전매가 기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후부터다. 막상 전매에 실패하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경쟁률에 허수가 생긴다. 계약하는 사람이 적으면 자연히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한다. 허수만 믿고 분양 받은 투기세력은 물론 실수요자까지 가격하락 피해를 입게 된다.

 

단속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의아한 상황에 불법 야시장의 유혹은 점점 더 커지고, 빈 깡통 청약률은 오늘도 높아지고 있다. 몇 년 후 입주 시기, 대 혼란이 걱정되는 이유다.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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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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