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이노베이션, 창사 이래 최대 정기보수…안전·효율 총력전

21개 공정 중 13개 대상, 투입인원만 연 27만명…"조선업 불황 울산에 활력"

입력 : 2016-06-12 오후 3:00:28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조선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에 간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SK이노베이션(096770) 울산CLX에서는 정기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인 만큼 본사 임직원들을 비롯해 협력업체 직원들이 때이른 무더위에도 작업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정기보수는 지난 3월 중질유분해공장(HOU)을 시작으로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울산CLX는 통상 매년 8~9개 공정의 정기보수를 실시했으나, 올해는 전체 21개 공정 중 13개 공정이 대상이다. 최근 1, 2년 사이 울산아로마틱스, 넥슬렌 등 신규 공장이 들어선 데다 올해 보수 주기가 겹친 공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제2정유공장(No.2 CDU), 중질유분해공장(HOU) 등 2개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는 완료했으며, 현재 제3정유공장(No.3 CDU), 제1고도화 시설(No.1 FCC), 제2방향족 제조시설(NRC), 제2파라자일렌 공장(No.2 PX) 등 4개 공정의 정기보수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7개 공정의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다.
 
보통 정유공장 현장은 대부분 파이프로 이뤄진 설비 중심으로 오가는 근로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날 울산CLX 현장은 대형 설비들 사이로 정기보수를 위한 대형 장비들과 차량, 현장 근로자들로 분주했다. 이번 정기보수에는 150여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해 하루 최대 5000명의 용접, 전기, 배관 기술자와 근로자들이 투입되고 있다. 정기보수를 총괄하는 김운학 울산CLX 설비본부장은 "이번 정기보수로 투입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연인원은 27만명에 이르며, 정기보수 자금으로도 500억원이 투입됐다"며 "조선업 불황 등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지역 경제에 다소나마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정기보수 작업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안전'이다. 버스와 도보를 통해 돌아본 현장 곳곳에 안전을 위한 세심한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근로자들이 이동하는 모든 통로 옆으로는 추락물을 막기 위한 낙하방지막이 설치돼 있었으며, 주요 교차로에는 해병대와 헌병 출신 근로자들을 배치해 교통 정리를 돕고 있었다. 정기보수가 진행되는 각 공장 중심부에는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장이 위치해 있었으며, 바로 옆 휴게실, 화장실, 흡연실에서는 더위에 지친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제3 정유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정기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뒷쪽 현장에 안전을 위한 설치해 놓은 초록색 낙하방지막이 눈길을 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HE' 로고가 박힌 조끼를 입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는 작업 관리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SHE(Safety·Health·Environment) 본부를 설치했으며, 울산CLX에서는 SHE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정기보수 기간 중 매일 두 차례 이상 SHE 관리 실태를 점검하며, 작업자가 SHE 관련 시정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울산CLX는 총 8개 항목의 안전철칙을 운영 중이며 이를 위반한 구성원은 상벌위원회에 넘겨져 징계를 받게 된다. 또 철칙을 자주 어기는 협력업체는 작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협력업체 정기 평가에 SHE 관리 수준을 반영하는 등 안전문화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이미 3명이 이 같은 안전철칙을 어겨 작업에서 퇴출됐다.
 
안전과 함께 이번 정기보수 작업의 또 다른 키워드로 효율이 꼽힌다. 정기보수 기간 중에는 공정 가동이 전면 또는 부분 중단되며, 이에 따라 생산량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일시적 생산량 감소는 안정적 설비 구동을 위한 일종의 기회 비용으로 간주되지만, 이 역시 최대한 줄여내는 것이 목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최적운영'을 통해 정기보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보수 1년 전부터 생산관리 및 생산, 최적운영 부서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간 수급계획과 제품별 시황 전망을 예측, 분석해 작업일정을 정했다. 또 작업일정을 준수하도록 담당 인력들에 대해 안전·품질 관리역량과 기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진행한다.
 
울산=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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