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인 '불교부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없애고 시·군세인 법인 지방소득세 중 절반을 공동세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재방재정개혁안에 반발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이 지난 7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해 수원·용인·화성·고양·과천시 등 6개 불교부단체는 정부의 재정개혁안이 지방정부 재정난의 근본적인 이유를 외면한 것으로 지자체 재정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로 정부에 맞서고 있다.
이 시장은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천막에서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며 페이스북에 현재 소회를 남기거나 주변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성남시내 만 12~18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저소득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 여성에 월 2만원씩 생리대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8억4000만원 규모의 지원사업조차 시행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라며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토로했다.
이 시장의 단식에 동조하는 단체들의 지지 성명과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방재정 개악 저지와 지방자치 수호를 위한 시민문화제'에는 주최측 추산 3만명이 운집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220곳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즉시 부도나는 자치단체”라며 “정부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시키면 하고 하지 말라면 못하도록, 지방자치를 박정희 시대 관선 자치단체처럼 만들어왔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문화제에는 불교부단체에 속하지 않은 김윤식 시흥시장도 참석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성남시 월남전참전자회와 해병전우회 등 이 시장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단체의 관계자들도 단식장을 찾아 이 시장을 격려했다. 이 시장이 이 단체들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고,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이 단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의 단식장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념과 계층을 아우르며 이 시장의 단식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반발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원이 부족한 곳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력 격차를 없앤다는 행정자치부의 안이 겉보기에 그럴 듯 하더라도 기존 세수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마련한 불교부단체 입장에서는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라도 정부가 기존의 방침을 보류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반대해도 시행령으로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사안도 다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라며 “중앙정부가 중앙과 지방재정 사이를 조정해야 하는데 뒤로 쏙 빠지고 오히려 지방정부들 편을 갈라 갈등을 부추기고 싸움을 붙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지난 7일 정부가 교부금 등 배분 기준을 변경할 경우 시행령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정부 간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자는 것이 입법 취지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지방재정 개악 저지와 지방자치 수호를 위한 시민문화제'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