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기획 매각 재추진

퍼블리시스와 협상은 결렬…"시간 걸려도 매각 완료할 것"

입력 : 2016-06-12 오후 4:14:29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 제일기획(030000)의 매각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세계 3위의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의 협상이 난항 끝에 최종 결렬됐지만, 매각 작업은 계속한다는 그룹 방침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기획 사옥 전경. 사진/제일기획
 
12일 재계와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오는 15일 공시를 통해 퍼블리시스와의 협상 종료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은 최근까지 퍼블리시스와 삼성물산(000830), 삼성전자(005930) 등이 보유한 제일기획 지분 28.28%을 전량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매각 작업이 조기에 알려지며 분위기가 흐려진 데다, 삼성 계열사 광고 물량 보장 기간, 스포츠단 포함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적으로 협상이 틀어졌다. 
 
이에 당분간 매각 작업을 중단할 것이란 재계의 시각과 달리 삼성은 계속해서 제일기획의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제일기획을) 일단 팔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시간이 걸려도 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부동산 기업, 국내 사모펀드 등과의 협상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향후 어느 곳과 협상을 하든 퍼블리시스 때와 같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의 매각 의지가 확인되면서 인수자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제일기획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계열사 광고 물량 요구도 필연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단도 여전한 고민거리다. 사회공헌 성격을 띄는 스포츠단은 삼성이 아닌 인수자에는 의미가 없는 사업이다. 때문에 스포츠단 법인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제일기획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스포츠단 법인 분리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이 제일기획 매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이 제일기획 매각으로 얻은 현금을 삼성전자 지분 확보 등에 사용하면서 '이재용 체제'의 안정적 구축에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퍼블리시스와 협상 당시 삼성이 보유한 제일기획 지분의 시장 가치는 5600억~71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반영하면 최대 8000억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해당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이 얻을 수 있는 현금은 적게 잡아도 3000억원 정도다. 
 
이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해 구주 매출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최근 불거진 삼성SDS 분할 합병 이슈와도 맞물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51%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이중 10%만 매각해도 경영권 이슈 없이 약 1조원의 현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삼성SDS의 경우 분할과 합병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거액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현금 유입 전망을 높인다. 1분기 말 기준 삼성SDS의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은 약 4조8000억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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