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대적으로 적발된 골판지 업계 담합의 가장 큰 원인은 공정단계별 제조사들의 수직계열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태림그룹, 아세아그룹, 삼보판지그룹, 대양그룹 등 주요 업체들은 고지 구매부터 골판지 상자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단계별로 담합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었고 제조사들은 45~9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통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골판지 상자 제조는 공정단계별로 제조사 수직계열화가 보편화돼 있어 주요 업체가 담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주요 업체의 참여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더욱 담합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대적으로 적발된 골판지 업계의 담합의 가장 큰 원인은 공정단계별 제조사들의 수직계열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하나의 골판지 상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4단계를 거쳐야 한다. 골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폐신문지, 폐백판지 등 고지를 전국 300여개의 압축장이 수거하는 과정, 고지를 가공해 이면지·표면지·골심지 등 원지를 만드는 과정, 원지를 합지해 골판지 원단을 만드는 과정, 원단을 가공해 상자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같은 생산 과정에서 골판지 제조사들은 원재료를 구매할 때는 가격을 내리고 제품을 판매할 때는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담합은 원재료인 고지를 사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아세아제지, 경산제지 등 18개 업체는 2010년 4월부터 2012년 5월경까지 모임 등을 갖고 총 6차례에 걸쳐 고지 구매단가를 kg당 10~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도권 모임과 영·호남권 모임으로 나눠 수도권 메이저 업체가 지방 계열사에 모임 결과를 전달해 지방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전파했다.
공정위는 적발된 18개 업체 모두를 고발하고 378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7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고지 가격이 오를 때마다 9차례에 걸쳐 원지 가격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담합한 아세아제지와 경산제지 등 12개 업체는 지난 3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84억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골판지 원단을 만들어 판매하는 태림포장, 동광판지 등 18개 업체는 2007년 7월경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6차례 원단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원지가격과 가공비를 더해서 결정되는 점을 노려 원지가격은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가공비는 하한선을 정해 원단가격을 10~25% 인상해 공정위로부터 411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전원 고발당했다.
골판지 상자 제조사들도 적발됐다.
태림포장, 태성산업 등 16개 골판지 상자 제조사는 CJ 제일제당 등 골판지 상자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업체에 납품할 때 상자가격의 인상률 인상시기를 담합해 4~26% 가격을 올렸다. 이로 인해 효성그룹 12~26%, 사조그룹 7~25%, CJ 제일제당 10~20% 등 16개 업체가 피해를 당했다.
적발된 업체 중 기본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경남판지 등 3개 업체와 담합참여 횟수가 한 번 뿐인 산성피앤씨를 제외한 12개 업체가 고발됐다. 과징금은 56억28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대양판지, 산성피앤씨, 태성산업 등 3개 업체는 법위반금액이 발생하지 않아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각 단계별로 담합에 참여한 골판지 제조사들은 시장점유율이 45~90%에 이르는 등 강력할 시장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골판지 고지 구매, 원지 구매 담합 업체들은 시장의 90%, 골판지 원단 판매 담합업체와 상자 판매 담합업체는 각각 60%와 45%를 차지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담합을 통해 결정됐다는 뜻이다.
판매 담합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은 최종 제품인 골판지 상자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맡았다. 구매담합은 구매물량 감소와 단가 인하로 인한 원재료 공급자의 소득 감소 등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최종 소비재에 대한 가격 담합 뿐만 아니라 중간재 담합, 구매담합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적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자상거래 확산 등에 따라 골판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 기업과 소비자들의 피해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