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손아섭, 뛰는 타자로 변신하나

1번 타자 출전 시간 늘어
도루 2위에 올라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

입력 : 2016-06-14 오후 1:49:43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악바리' 손아섭(28·롯데)이 감춰뒀던 빠른 발로 베이스를 수놓고 있다.
 
중장거리 타자로 분류됐던 손아섭은 올 시즌 도루 2위(20개)를 기록 중이다. 그 어느 시즌보다 뛰는 야구에 주력하고 있다. 손아섭의 도루 개수는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도루왕 이대형(kt)보다 3개 모자란 수치다. 그러면서도 손아섭은 도루 실패를 3번밖에 하지 않았다. 9번 실패한 이대형과 도루 3위 박해민(삼성·17개 성공)의 8개 실패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과다.
 
지난 시즌 손아섭의 도루는 10개에 불과했다. 이와 비교하면 얼마나 그가 도루에 주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손아섭은 주루사가 5개로 다소 많은 편인데 그만큼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을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사실 손아섭의 통산 기록을 놓고 보면 원래부터 도루에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아섭은 대다수 시즌 10~13개의 도루를 기록했으나 2013시즌에는 36개의 도루를 따내면서 이 부문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빠른 발을 갖고 있었는데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손아섭이 지난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 시즌 역할 변화를 꾀한 것 같다. 원래 야구밖에 모르는 근성 있는 선수이니 나중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염두에 두고 자신의 야구 색을 다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러한 손아섭의 변신 덕분에 롯데는 최근 1번 타자로 그를 기용하고 있다. 손아섭 역시 3번 타자로 주로 뛰면서 중장거리 타구를 날리는 데 주력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저히 출루에 집중한 손아섭은 올 시즌 벌써 43개의 볼넷을 얻어내 1루까지 걸어나갔다. 지난 시즌 전체 볼넷이 68개인데 올 시즌 출전 경기 수가 지난 시즌 절반에 불과한 상황이라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 볼넷 개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타율 역시 0.308을 기록하고 있다. 손아섭은 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타율 5위 안에 이름을 올렸기에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더욱 까다로운 1번 타자다.
 
주목할 부분은 역할이 바뀌면서도 손아섭의 2루타 생산 비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구계 일부에서 손아섭이 도루와 출루에 집중한 나머지 본연의 중장거리 안타 생산에 힘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하고 하는데 이런 의견과는 다른 셈이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2루타 28개를 쳐냈는데 올 시즌은 13개(14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김태균(한화), 손시헌(NC), 박용택(LG), 아두치(롯데)와 같은 개수다. 프로야구 대표적인 타자들과도 여전히 2루타 생산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셈이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로 불리며 매 시즌 발전한 손아섭이기에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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