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메탈의 지분을 인수하고 동부하이텍의 재무 구조개선에 나섰다.
이는 대주주가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에 앞장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동부그룹은 19일 김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통해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을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의 잔여지분에 대해 상장을 추진하고, 농업부문을 분사ㆍ매각할 예정이다.
또, 유화부문과 부동산 등을 매각해 총 1조5000억원을 확보함으로써 1조9000억원에 이르는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차입금을 40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첨단시스템 반도체 회사로서 성장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김 회장, 사재까지 동원한 이유는?
그렇다면 동부그룹이 김 회장의 사재를 비롯해 지분과 부동산 매각까지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의 부채는 1조90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유동성 위기설 등 시장에는 무성한 악소문이 퍼졌다.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직접 나선 건 그룹 전체로 번지는 유동성 위기설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룹 주력계열사는 물론 어떠한 계열사도 동부하이텍과 상호지급보증 등 재무적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동부그룹은 그동안 동부메탈의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동부메탈의 매각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가격협상에서 이견을 보였다.
실제 동부그룹은 8500억원 수준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3500억원 내외의 가격을 제시해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3500억원의 사재를 털어 채권단의 기업가치 평가절하에 맞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부그룹은 제철과 금속소재, 시스템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지향적 첨단사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반도체 부문은 미래성장 동력인 만큼 동부하이텍을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 채권단 신중한 반응..자금 마련이 관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시장에선 김 회장이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신중한 반응이다.
산은관계자는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재무구조가 당장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부동산 등을 매각해 총1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형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의 반도체부문의 적자폭이 빠르게 줄고 있다”면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안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경쟁력 등 자생능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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