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이 연결된 나라가 됐다. 90년대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했으며,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인터넷이 없이 하루도 운영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는 4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돼,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통신망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칭하는 '누리꾼'이란 용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얻고,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 중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지인들의 근황을 살피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 연락을 할 수도 있다. 분명 인터넷 세상의 편리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인터넷 사용과 함께 생기는 부작용과 문제점도 있지 않을까?
미네소타 대학의 제이슨 찬 교수 연구 팀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해 하룻밤 연애상대를 쉽게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인터넷에서 연애상대를 찾는 활동이 성병 확산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찬 교수는 인터넷 초기시절부터 유명했던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올라온 글과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33개 주의 에이즈(AIDS) 확산 데이터를 분석했다. 엄밀한 연구를 위해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을 통해 외적 요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한 결과, 크레이그리스트에 올라온 글들이 AIDS 발생을 16% 정도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6000여 건의 AIDS 발생과 관련된 것으로 치료비용으로 계산해보면 7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매춘이나 에스코트와 같은 유료 서비스 관련 글은 AIDS 발생과 별 관련이 없었다. 그에 비해 하룻밤 파트너를 찾기 위해 올리는 글들이 AIDS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확인됐다.
찬 교수의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는 인터넷 상에서의 혐오 범죄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의 FBI 범죄기록을 활용한 이 연구는 초고속 인터넷 확산이 미국의 인종 혐오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초고속 인터넷 확산이 인종 혐오 범죄를 증가시켰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 세부 분석을 위해 검색어 기준 인종주의가 심한 지역인 경우, 인종 혐오 범죄 증가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 성향을 나타냈다. 즉, 인종주의 관련 검색어 비중이 높은 지역이 낮은 지역에 비해 인종 혐오 범죄 증가효과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인터넷 접속을 통해 단독 가해자들의 인종 혐오 범죄사건 수도 증가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세상의 어두운 점이 조명되고 있다. 인터넷 세상은 사생활 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순식간에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및 금융기관, 정부기관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도 부지기수일 정도이다. 또 '악플'이란 악의성 댓글이 난무하면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비슷한 취향으로 온라인에 뭉쳐 배타적,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역, 성별, 연령에 따라 발생한 사회적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나친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이다. 그 외에도 대면접촉 없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만 하는 은둔형 외톨이도 많아지고 있다. 또 주말이나 늦은 밤 시간에도 쉴 새 없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업무나 광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된 바와 같이 해킹으로 인한 범죄사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용한 정보라고 저작권을 확인하지 않고 공유하다가는 다른 사람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인터넷 세상은 해킹으로 금전적 손해와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터넷의 편리성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열린사회가 될수록 더더욱 노출되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런 인터넷 세상의 어두운 문제는 각 개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 하기엔 이제 너무나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위험과 범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