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ISA 계좌 뺏기 경쟁 격화

시중은행, 하반기 주력 영업 상품에 ISA 포함…불완전판매 부작용 우려

입력 : 2016-06-15 오후 3:55:58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시중은행들이 깡통 계좌 등으로 지적을 많이 받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ISA 계좌이동제 등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 간 경쟁 과열로 불완전판매가 증가하고 은행원들의 실적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신한지주(055550))·KEB하나(하나금융지주(086790))·국민은행(KB금융(105560)) 등 시중은행은 최근 각 영업점에 ISA 판매 등이 포함된 올해 하반기 주요 영업전략을 하달했다.
 
이 전략에는 가입 계좌 수 증대와 계좌 당 가입액을 늘리는 것이 포함됐다.
 
이는 내달 도입되는 ISA 계좌이동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은행권의 생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 가입자가 빠른시간에 증가한 상황에서 다음달부터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은행 간 고객 뺏기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은행별로 내고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력 영업 상품에 ISA를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ISA 계좌를 타금융사로 이전하는 'ISA 계좌이동제'를 시행한다. ISA의 수익률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여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ISA계좌 늘리기 경쟁이 불완전 판매 증가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ISA 도입 초기에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가입자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은행별로 계좌수 늘리기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제 혜택이 거의 없는 1만원 미만의 '깡통계좌'도 많았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 계좌 136만2800여개 중 1만원 이하 계좌의 비중은 74.3%(101만3600개)에 달했다. 100원 이하 소액 계좌도 2만8100여개가 발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 판매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가입자 유치 실적 확보를 위해 고수익만 강조하면서 원금 손실 등 투자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불완전판매가 증가 증가하면 이는 곧 투자자인 금융소비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판매경쟁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가입자 피해 예방을 위한 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SA 판매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되자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은행원들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18개 노조는 올해 하반기부터 ISA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의 ISA계좌 늘리기 경쟁에 은행원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며 "ISA계좌 실적을 은행KPI(핵심성과지표)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올 하반기부터 ISA계좌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국민 재산 증식과 금융개혁을 위해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종로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ISA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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