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올해 하반기 은행권의 채용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예년에는 이맘때 하반기 공채 일정이 공개됐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채용을 하지 않은 곳도 하반기 공채에 망설이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등에 따라 채용 인원을 늘리기 어려우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채용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대졸 채용을 진행했던 신한은행은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채용 인력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면 채용 규모나 시기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9월 말에 하반기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상반기 채용에 나서지 않았던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대형은행들은 하반기 채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을 마무리 한 KEB하나은행도 하반기에 채용을 진행한다. 규모와 일정은 미정이다. 채용인원은 지난해(150명)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은행(000030) 역시 채용 인원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뱅크 등 신사업을 론칭하면서 인력 채용에 대한 고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상반기 보다는 채용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은행권에서 채용에 나선 곳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상반기 일반직 공채(예전 ‘대졸 공채’에 해당)는 지난해(634명)의 40% 선인 255명에 불과했다.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은행은 우리은행(140명), 신한은행(100명), SC제일은행(15명) 등 세 곳이 전부였다.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조선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여파가 적은 편이지만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크다"며 "몸집부터 줄이려고 하는데 인력 채용에 여력을 기울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024110), 농협은행, 수출입은행은 채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업은행은 현재 정규직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데 이어 하반기 채용이 불투명하다. 농협은행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다음으로 조선·해운업 여신이 많아 충당금 적립 부담에 따라 신규 채용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로 인한 신규채용 감소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산별 교섭을 진행 중인데, 사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주요 사안이 대졸 초임 삭감이다"며 "신규 채용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