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20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내부 경선에서 쟁쟁한 경제전문가들을 제치고 기획재정위원장 후보로 선출됐다. 114표 중 70표를 받았다. 친박계가 비박계 후보들(이혜훈·이종구)에 대한 경계감으로 조 의원에게 몰표를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것’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조 의원은 인터뷰 내내 쟁점 이슈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기재위원장으로 일단 여야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기재위 최대 이슈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추경 편성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추세를 열거하면서 법인세율 인상이나 인하 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만 답했다.
조 의원은 20대 국회 들어 1호 법안으로 청년창업기업육성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여성과 장애인의 창업을 지원하는 법은 있지만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법은 없다며 자신이 낸 법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 기획재정위원장 선출에서 새누리당 친박계가 전폭 지원했다는 평이 있다. 위원장으로 선택된 이유와 본회의 선출 투표 때 찬성율이 낮았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4선 의원이기 때문에 안정감을 갖췄다고 본 것 같다. 40대이면서 4선 의원으로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당내에서 표를 많이 받은 것을 보면, 비박계 의원들도 나를 많이 찍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다. 본회의 찬성율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통 협치라고 하면 '협소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큰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이 잘 알아서 판단해 줄 것이다. 그런 비토조차도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과거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기재위로 상임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에 국민경제에 관심이 많이 있었고, 특히 청년실업 문제라든지 노인빈곤 문제 등 현재와 미래에 걸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정치권이 항상 말로만 민생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민생을 좀 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경제라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이고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덧붙여서 중장기적인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들도 제시해야 된다.
- 더불어민주당에 있을 때 '친노 패권주의'를 많이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친박계와 비박계 계파 갈등이 첨예하다. 둘을 비교하자면.
여당에 와서 계속 당의 쇄신과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단 약간 온도의 차이는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야당은 친노 패권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많이 경험했다. 여당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극복하고 새누리당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를 통해 그런 혁신이 잘 되고 있다고 보나.
비대위가 다수 국민들에게 아직까지는 좀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전당대회가 있는데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환골탈태 하는 그런 방향에서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보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거기에 기꺼이 동참할 생각이다.
-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부산 가덕도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공항은 무엇보다 입지 조건을 잘 따져서 선정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입지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 밀양보다는 가덕도가 합당하다고 본다. 제가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활동하면서 주장했던 부분이다.
- 기재위에 여야 대표 등 경제 전문가들이 다 모였다. 기재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
기재위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와서 상당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기대가 높은 만큼 타협과 조정을 통해 원만한 상임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치인은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정파의 이익이나 계파의 이익을 넘어서 국가 발전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여야를 불문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된다.
-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해 파업을 결의했다. 사람을 자르는 방식의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구조조정 역시 쉽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조금 더 여야와 이해 당사자들, 여러 국민들의 의견을 잘 청취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만 자른다는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상임위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잘 합의하고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잘 검토해야 될 것이다.
- 구조조정을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그동안 국제기구와 국내 연구기관, 재계에서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 정부가 다각도로 추경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추경 편성에 따른 실효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정부가 추경 편성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들었다. 다만 정부도 최근 한국 경제가 성장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추경 가능성이 제로는 아닌 만큼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최종 발표될 예정이나 조금 더 기다려주면 좋겠다.
-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법인세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 29% 법인세를 27%로 낮췄다. 참여정부 때는 27%의 법인세를 25%로 낮췄다. 이명박 정부 때는 25%에서 22%로 낮췄다. 역대 정권이 계속 법인세율을 낮춰 왔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은 22%에서 25%로 다시 올리자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낮췄을 때의 효과와 높였을 때의 효과, 또 그대로 놔뒀을 때의 효과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된다. 여야 의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0대 국회 1호 발의 법안은 무엇인가. 앞으로 의정활동은 어딩 중점을 둘 생각인가.
청년창업기업육성 특별법을 이미 발의했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해 창업을 지원하는 법은 있지만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법은 없다. 공공기관이 청년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과제들 중에 구조조정 문제,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문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거기에다 청년실업 문제와 노인빈곤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노인 빈곤 문제는 복지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가 재정이 보다 넉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어야 된다.
-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가도에 오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또 청년의 일자리는 청년이 만들어야 한다. 창업을 활성화시켜 강한 중소기업들을 많이 육성시켜야 한다. 또 우리가 사회적 갈등 때문에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 수백조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여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면 상당한 수준의 경제발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대 국회 상반기 기재위원장에 선출된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5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