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을 말했다. 삼십대에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사회에 스스로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29세에 피렌체 공화국의 중책을 맡았고, 삼십대에는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는 최고 행정관의 비서가 되었다. 나폴레옹 또한 30세에 브뤼메르 쿠데타를 일으켜 총재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렇게 세계 역사를 들여다보면 30대에 세상의 주체가 되어 탁월한 기량을 펼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굳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현재 스페인의 신생 정당 포데모스의 대표로 국가 변혁을 주도하고 있는 파블로 이글레시아는 37세다. 그리스의 치프라스는 34세에 시리자(Syriza) 정당의 대표가 되었으며 지금은 총리로 국정을 운영하는 중이다.
이처럼 서구에서는 3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패기와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정치를 구가하려는 붐이 일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30대를 과소평가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논란이 됐던 이상돈 의원의 30대 폄하 발언이 그것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대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건 적절치 않다. 인생은 긴 과정인데, 30대는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30세의 김 의원이 비례대표 7번을 받은 것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의원이 찾아낸 궁색한 논리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발언은 청년들에게 뿐만 아니라 대의제적 관점에서 봐도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대의제가 등장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정치를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것이었으며 전문가 정치는 우선 전문가를 양성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20대 청년들을 정치에 진입시켜 훈련하고 30대가 되면 중요한 직책을 맡길 수 있는 정치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정치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나이가 들면 끼어드는 것쯤으로 생각하니 전문가 정치는 요원하고 정치는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한국의 잘못된 정치문화에 이 의원도 젖어 있어 그와 같은 발언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서구 사회는 일반적으로 정치를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정당들은 10대, 20대의 청년 당원들을 모아 지도자들과 만남의 행사를 갖고 하계대학을 여는 등 특별 코너를 만들어 전문 정치인을 양성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이 있으면 20대든 30대든 나이에 상관없이 책임자나 장관으로 발탁한다.
현재 올랑드 정부의 장관 중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엠마뉘엘 마크롱 경제부장관은 불과 38세다. 마크롱 장관은 24세에 사회당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해 27세가 되던 해 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친분을 맺었고 2010년부터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2014년 올랑드 대통령은 36세인 마크롱을 정부의 요직인 경제부장관에 임명해 프랑스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인의 큰 지지를 받는 또 한명의 젊은 정치인은 극우정당인 FN의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다. 26세인 그녀는 프랑스 국회의 최연소 의원으로 지난해 12월 실시된 지방선거 1차전에서 공화당의 거물급 의원인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를 상대로 더불스코어로 완승함으로써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두 정치인은 올 2월 ‘Opinion Way'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이 발렌타인데이를 함께 보내고 싶은 정치인 1, 2위에 꼽힐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진입해 기성 정치인들을 능가하는 기량을 보여 국민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 청년들의 정치진입을 시기상조로 보려하니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은 청년들을 싸잡아 매도하기보다 김 의원 리베이트 의혹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하고 청년 비례대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밝히는 편이 옳지 않겠는가.
이번 국민의당 스캔들을 통해 우리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국민을 대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 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처방전을 찾아야 할 국민의당이 애꿎은 청년 타박만 한다면 이는 구태정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