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다음달 금융당국의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조선,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업계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이지만, 건설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일자리 창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부가 직접 개입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다.
이번 평가 결과에서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법정관리)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는 C등급 11개사, D등급 8개사 등 총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54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이중 건설업은 14곳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 해운을 제외하면 건설과 철강업종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설, 철강 등 취약업종에 대한 본격적인 여신관리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 해운 외에 다른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길어봐야 1년 남짓 남은 자체 구조조정 기간 동안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주고를 확대하는 등 외형 가꾸기에 나서는 건설사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부터 국토부에서는 건설업 구조조정에 대해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견을 재차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앞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말 건설업 구조조정에 대해 "건설업계가 자발적으로 재무건전성,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경환 국토부 1차관도 최근 "건설산업의 시장구조나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가면서 기술력이 있는 업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리되는 것을 이상적인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전문가들은 건설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 정부 주도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업 투자비율이 약 2배가량 높아 건설업 침체 시 국가 경제 회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 자율에 맡겼지만 오히려 건설사 수가 증가하는 등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건설사 수는 6만1340개로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2013년부터는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 발주 공공공사 등 대규모 인프라 공사는 감소하는 반면 건설사가 늘면서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4년 말 대비 2.8%p 감소한 -1.9%를 기록했다. 특히 10개사 중 3개사는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가 뉴스테이, 행복주택 등 내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어 해외 손실을 일부나마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건설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 수주고 확대 등 외형 가꾸기에 나서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신축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