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21일 오후 3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발표를 보는 순간 어디서 많이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지난 2011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전면 백지화 됐을 때의 데자뷰(기시감)를 보는 듯 했다.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영남권 신공항 건설도 결국 전면 백지화 됐다.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그리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제3의 안'이 정부의 최종 결정이었다. 경남과 경북, 부산과 대구 등 지역의 민심을 편 갈라 뒤흔들며 10년을 끌어온 신공항 논란의 종지부 치고는 허무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신공항 건설 논란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부산시는 김해공항의 포화와 소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노 대통은 임기 동안 이를 확정 짓지 못했고 다음 정권으로 결정을 넘겼다.
뒤를 이어 대선에 출마한 이명박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최종 후보지는 가덕도와 밀양으로 압축됐고 지역 민심도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신공항이라는 '대어'를 잡기 위해 지자체는 사활을 걸었다.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와 경북, 울산과 경남은 밀양을 지지하며 대립 구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돌연 신공항 건설 자체를 백지화 시켰다. 이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논란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신공항의 불씨는 또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박근혜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이 아닌 '영남권 신공항'을 주장하며 백지화 됐던 신공항 이슈를 다시 부활시키기에 이르렀다. 갈라졌던 지역 민심이 채 이어붙기도 전이었다. 또 다시 촉발된 신공항 논란에 지자체들은 역시 배수의 진을 치고 대어를 잡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 전쟁에서 승리자는 아무도 없다는 철학적인 말처럼 이번 신공항 건설에서도 결국 승자는 없었다. 오히려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갈라진 민심만이 앙상하게 남았다. 그리고 달콤한 승리를 기대하며 부풀었다가 쪼그라진 지역의 민심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데자뷰처럼 등장하는 신공항 건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정부의 이번 결정을 보면서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곡성'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그놈은 미끼를 던져 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 분 것이여'. 무한 반복 되는 정부의 '낚시질'이 이제는 그만되길 기대해본다.
이해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