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수사기록 열람·등사 상황부터 물어볼게요.(재판부)", "200여권 중 30여권 정도만 수령했습니다.(변호인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 등 제조·판매업체의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 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의 수사 및 피해자 기록 등이 방대해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공소가 제기된 지 한 달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기록열람도 마져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남은 일정을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하는지 전혀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난처해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심리도 진행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심리 기간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검찰 측에 "(수사기록 등이) 워낙 방대해 상황은 이해되지만 변호인들에게 열람등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원래 다음 주 준비기일을 마치고 공판을 진행해 증인 신청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젠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의 동의나 부인 여부만 정리되면 바로 공판을 시작해 증거조사와 함께 증인신문 일정 등을 정하겠다"고 향후 재판 진행 일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에 3회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 그날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 사건의 진행 경과와 수사 및 기소 배경 등의 내용으로 1시간30분 정도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옥시 연구소장 조모씨의 사건을 신 전 대표의 사건과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조씨의 변호인도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해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입장을 차후로 미뤘다.
이날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신 전 대표는 재판 내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조씨도 재판부의 생년월일과 직업 및 주소를 묻는 질문에만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할 뿐 말 없이 재판을 지켜봤다.
앞서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면서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내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내용으로 허위 광고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구속 기소됐다.
김모(55) 옥시 전 연구소장과 최모(47) 전 선임연구원,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판매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40)씨 그리고 옥시, 세퓨 등 법인 2곳도 비슷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조씨는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2011년 사이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인체헤 해가 없다는 내용의 허위 광고를 주도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기소됐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 전 대표가 지난 5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