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의 첫 재핀이 17일 열렸다. 하지만 변호인들이 사건의 수사기록 등을 열람하지 못해 재판은 이렇다할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양영) 심리로 이날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신 전 대표의 변호인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소된 지 2주가 지났으며 구속 사건인 만큼 열람등사는 빨리 허용 돼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검찰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 측은 "사건 기록만 200여권에 관련자와 피해자를 합친 진술자만 해도 총 150여명에 이른다"며 "수사기록 복사가 가능한 일부분만이라도 열람등사를 허용하겠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돼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지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재판 진행을 어떻게 예상하고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형사 재판의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집중심리 방식이 적용됐다. 이날은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기 앞서 양측 간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정하고 증거조사 및 증인신문 일정을 세우는 준비절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원활한 재판 진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1회 준비기일을 헛되이 보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며 공판준비절차로 진행된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신 전 대표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서 "직업이 없다. 불스원 회장에서도 사직했다"는 말 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에서 "살인죄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며 항의하는 피해자들과 마주쳤을 때도 아무 말도 없었다.
앞서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면서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내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내용으로 허위 광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모(55) 옥시 전 연구소장과 최모(47) 전 선임연구원,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판매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40)씨 그리고 옥시, 세퓨 등 법인 2곳도 비슷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