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지난 4월 사명을 바꾼 SC제일은행이 12년 만에 '제일'은행 창립기념식을 개최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인수 후 첫 국내 은행장인 박종복 행장이 '제일'에 대한 정체성 회복을 통한 조직 다잡기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다음달 1일 창립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는 지난 2005년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취임 후 과거 외국인 행장보다 직원들의 신임을 크게 받고 있다"며 "사명 변경과 창립기념식도 이 같은 과거 자긍심 회복 측면에서 임직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7월1일은 제일은행의 전신인 조선저축은행이 창립된 날(1929년)이다. 이후 조선저축은행은 지난 1950년 한국저축은행으로, 1958년 제일은행으로 행명을 바꿨다.
이후 IMF로 경영난을 겪자 지난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이 5000억원에 제일은행을 인수했고, 2005년에는 영국계 금융그룹인 SC그룹에 재매각됐다. 결국 사명도 지난 2011년 SC제일은행에서 SC은행으로 변경됐다.
이 같은 행보는 올초 취임한 박종복 행장의 경영 방침과 일치한다. 박 행장은 올 초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현장경영과 토착경영'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다.
앞서 SC제일은행은 10여년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추진했던 경영방침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내외의 비판을 받아왔다.
은행 안팎에서도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비판해왔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4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계열사 흡수합병, 인력 감축, 점포수 축소 등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직원의 5분의 1 이상인 961명을 특별퇴직시켰다.
점포수도 매년 축소됐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1000여곳에 달하던 점포는
지난 2010년 407개로, 지난해 말에는 250개로 줄었다.
그간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타 경쟁사가 은행 통합을 통해 몸집을 키운 것과는 다른 행보다. 결국 시장점유율도 한자리대로 떨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10여년 간 외국인 행장과 경영진이 국내 금융조직을 도외시한 경영을 지속하면서 빈번한 파업이 진행되는 등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며 "제일은행 출신인 박 행장의 최근 행보는 과거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28일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열린 사명 변경 제막식에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 첫번째)과 임직원들이 변경된 'SC제일은행' 간판을 보고 있다. 사진/SC제일은행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