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1일 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자 롯데그룹에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오너 일가를 향한 첫 구속영장인데다 지난 3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4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신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면세점 사업부를 총괄하며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매장을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0억여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와 화장품업체, 요식업체 등 복수의 업체가 매장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자신의 아들 장모씨가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컨설팅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BNF통상을 운영하며 가족들을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겨간 사실도 밝혀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신 이사장은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청탁을 받고 롯데면세점 내 매장을 내준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말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신 이사장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 범위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그룹 오너일가 전반으로 확대될까 우려하면서도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로비 의혹은 어디까지나 신 이사장의 개인적인 문제일뿐 면세점 운영 전반의 문제나 그룹의 도덕성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차례 밝힌대로 신동빈 회장이 귀국한만큼 향후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조계 및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검찰의 최종 칼끝이 신동빈 회장을 향해 겨눠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그룹 내부 분위기는 초긴장 상태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신 회장이 그룹내 의사결정 정점에 있고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비자금의 최종 귀착지가 신 회장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계열사를 끼워넣은 롯데케미칼이나 수 조원대 인수합병은 신 회장이 주도하는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지휘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이 조성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 회장은 멕시코와 미국, 일본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한 달 가량의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한 상태다. 그는 당분간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검찰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 회장은 입국 당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죄송한 생각 뿐"이라면서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비리혐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 알고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신 회장은 그룹 임원과 자문 변호사 등과 검찰수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