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최모씨는 샤워 후 귓속이 젖은 상태로 이어폰을 낀 채 잠들기 일쑤였다. 최근 들어서 귓속이 간지럽고 귓속에서 고름이 나오면서 냄새가 심해졌다. 급기야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외이도 진균증(곰팡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약 150만명 이상이 외이도 진균증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여름철인 7~8월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이도 진균증은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가 곰팡이 세균에 감염돼 생기는 증상이다. 진균 감염에 의해 염증이 생기면 외이도염이 생긴다. 통증이나 가려움증, 귀가 먹먹한 느낌, 청력장애 등이 흔한 증상이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는 귀 속의 좁고 어두우며 습하고 따뜻한 환경이 곰팡이나 세균이 서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라 외이도염에 걸리기 쉽다. 여름철 잦은 물놀이로 인한 귀속 세균 감염뿐만 아니라, 장마철 습한 날씨에 장시간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샤워 후 머리와 귀를 제대로 건조시키지도 않고 이어폰을 끼면 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 귀 안이 밀폐되면서 습기가 빠지지 않고 통풍이 되지 않아 귀에 땀이 차고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물놀이때보다 외이도염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다.
더욱이 고무패킹이 달린 밀폐형 이어폰을 쓰면 고무마개가 귀 깊숙이 파고들어 완전히 틀어막기 때문에 귀 속이 더욱 밀폐된다. 잦은 사용 후 충분히 소독하지 않으면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세균성·진균성 염증을 유발하기 더욱 쉽다.
여름철 외이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놀이 후 귀 속 청결과 건조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마철에는 가급적이면 장시간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고무마개를 자주 갈아주거나 소독을 자주하고, 헤드셋을 이용하는 것도 외이도염 감염 위험을 낮추는 하나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샤워나 머리를 감은 후에는 바로 이어폰을 착용하지 말고 선풍기나 드라이기의 찬바람으로 충분히 귀를 말려서 건조하게 유지해야 해야 한다. 면봉이나 귀이개 등을 사용하면 오히려 귓속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외이도염에 걸렸을 경우 대부분 병원에서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귀속을 청결히 세정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면, 증상에 따라 항생제나 점이액을 사용해 통증을 조절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만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곰팡이 감염이나 세균저항이 커져 치료가 까다로워지면서 중이염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 청력장애가 생기거나 심한 경우 수면장애 또는 지적장애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석균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본격적인 물놀이철 전인데도 외이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도움말=중앙대병원)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귓속에 염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장마철에는 가급적이면 장시간 이어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고무마개를 자주 갈아주거나 소독을 자주하고, 샤워 후 귓속을 드라이기로 말려 건조하게 유지하면 외이도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사진제공=중앙대병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