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돌아온다. 이제 공을 던지며 스스로 완벽한 몸상태를 느끼는 일만이 남았다. 여기서 하나 더, 조급한 마음에 부상에도 이른 복귀로 고전했던 '선배' 박찬호의 뼈저린 교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5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6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을 앞두고 "류현진이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밝혔다. 전날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이 구체적으로 복귀 날짜를 언급한 것을 이날 감독이 나서 확인해준 셈이다.
류현진으로서는 감격스러운 복귀 무대다. 류현진의 빅리그 정규 시즌 선발 등판은 지난 2014년 9월13일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끝으로 멈춰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하면 그해 10월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로 나선 게 마지막이었다. 무려 21개월 전의 일이다.
그만큼 왼쪽 어깨 부상은 류현진에게 긴 인내를 요구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3월1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공을 내려놨다. 정밀 진단 결과 어깨 관절와순 손상 판정을 받고 그 해 5월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기약 없는 재활을 시작했다.
순조롭던 부상 회복 속도는 지난 2월 재활 등판 도중 어깨 통증으로 잠시 삐걱거렸다. 다시 재활을 시작했지만 5월 말 또 어깨 통증을 느끼며 재활 등판의 첫 번째 순서인 캐치볼 단계로 돌아갔다. 지난달 초 캐치볼을 재개한 걸 생각할 때 올해 전반기 복귀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 달도 안 돼 모든 재활 등판 단계를 소화했다.
최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쓰러지며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다저스도 주저 없이 류현진을 올렸다. 13일 올스타전을 끝으로 전반기가 끝나는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지만,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샌프란시스코에 5경기 밀린 2위인 다저스로서는 당장 투수 한 명이 아쉽다. 2년의 공백을 이어간 류현진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팀 상황이다.
이쯤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교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저스에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80승 54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성공 신화'를 썼던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달러(약 748억원) 자유계약(FA)을 맺었지만,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도 '몸값'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매번 복귀를 서두른 탓이다. 최근까지도 텍사스 지역 언론은 팀 역사상 최악의 FA로 박찬호를 뽑는다. 가혹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팀을 위해 공을 던진 책임감보다 성적을 더 인정하는 게 빅리그 현실이다.
류현진은 팔꿈치, 팔이 아닌 투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어깨를 다쳤다는 점에서 더 주의가 요망된다. 재활 등판과 실전은 다르다. 매번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어깨 부상의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이제 공을 던질 때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통증을 느끼면 바로 공을 내려놔야 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완벽한 부상 회복 확인이 먼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LA 다저스 류현진이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열린 팀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장면.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