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이색 동거' 지속되나

안전자산 랠리 지속…위험자산은 주의해야

입력 : 2016-07-05 오후 3:41:37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과가 발표된 후 자산시장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이상한 동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채권, 금 등은 불확실성에 힘입어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증시의 경우 브렉시트 발표 직후 급락세를 나타냈지만 일주일 만에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즘 들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안전자산의 랠리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위험자산의 랠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안전자산 매수세 몰리며 은 2년래 최고치까지 치솟아
 
4일(현지시간) CNBC는 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특히 그중에서도 그동안 금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은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은 가격은 장중 7% 급등하며 온스당 21달러를 넘기기도 했는데 이는 2014년 7월 이후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브렉시트 투표 이후로 은값은 19%나 올랐는데 이는 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또한 은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지난 한 달간 23% 올랐고 연초 대비로는 31%나 급등했다.
 
왕진위 마이커 선물 전략가는 “금보다 은이 저렴하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보다는 상승폭이 낮지만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 역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7.8% 급등한 금 8월물 가격은 현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339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금값이 14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위르그 키너 스위스아시아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며 금이 매력적인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값이 18개월 안에 사상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귀금속뿐 아니라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국채 가격이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의 국채 수익률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원자재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베반 CCLA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 세계 산업 경기는 둔화됐지만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돼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자산 안도 랠리 펼치지만 전문가들 우려감 내비쳐
 
흥미롭게도 안전자산 뿐 아니라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증시 역시 브렉시트 결과 발표 일주일 만에 안도 랠리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모두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유가 역시 배럴당 40달러 후반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발표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며 성장 회복 기대감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이러한 위험자산의 안도 랠리는 건전하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의 여파가 미 증시에 모두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특히 아직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브렉시트 현상이 유럽에까지 전염된다면 불확실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채권 시장에서 미국의 국채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고 있는 것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브렉시트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확대됐지만 다시 줄어들며 평탄화되고 있다.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는 것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스티븐 정 도이치뱅크 투자전략가는 미국의 국채수익률 곡선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이 60%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6월 조사 당시 55%에서 상승한 것으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도미닉 콘스탐 도이치뱅크 전략가 역시 "수익률 곡선이 계속해서 평탄해지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면서 "역사적으로 평탄한 수익률은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거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프리야 미스라 TD시큐리티 전략가는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브렉시트 충격에서 벗어나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랠리를 나타내고 있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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