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홍삼 시장…‘쓴맛’ 보는 식음료 대기업들

'철옹성' 정관장 아성 도전한 동원·CJ 등 후발주자들 '한숨'

입력 : 2016-07-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홍삼시장이 여름철 면역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조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너도나도 홍삼 시장에 진출하며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1위 사업자의 독주체제가 수년간 이어지며 쓴맛을 보는 대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홍삼 시장 규모는 지난해까지 1조3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여기에 홍삼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각광받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중화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구도는 요지부동이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의 독주체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2위 경쟁에 도전장을 던진 후발 주자 업체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할 정도다.
 
실제 지난해 홍삼제품 매출 규모는 인삼공사가 9178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이어갔고, 업계에서는 인삼공사가 전체 홍삼 시장의 6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삼시장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무려 1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남은 30%대의 점유율을 두고 크고 작은 업체들이 나눠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인삼공사는 대한제국 당시 '궁내부 삼정과'에서 출발해 전매청, 전매공사, 담배인삼공사 등으로 외형적 변화를 겪으면서 100여년의 제조노하우를 확보하며 홍삼 시장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해외 수출 1위도 수년간 인삼공사의 몫이 되고 있다. 
 
2위는 농협홍삼의 '한삼인'으로 지난해 점유율 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8.1%에 그쳤다. 
 
특히 농협홍삼은 7년 연속 적자를 보여 누적 적자가 515억원에 이르는 등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체 유통망 및 원료 확보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같은 실적악화는 시장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난 2013년 매출 508억원에서 2014년 526억원으로 소폭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1%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적자 탈출을 실현할지는 미지수다. 
 
뒤를 이어 동원F&B(049770)의 '천지인' 홍삼 제품이 2~3%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동원F&B는 지난 '천지인' 브랜드를 론칭하고 지난 2006년 정관장의 독주를 막을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의욕적으로 홍삼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11년에는 충남 천안에 연면적 5560㎡, 수삼 처리능력 500톤 규모의 공장을 건립하며 정관장이 독주 체제를 막을 첨병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벽은 높았고, 점유율과 매출 신장은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2008년도부터 100여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했던 가맹사업까지 철수했고, 현재는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GNC 매장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도 '한뿌리'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 2005년, 홍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프리미엄 홍삼 시장에서 정관장의 벽을 실감해야 했고, 진출 10년이 넘도록 시장 점유율은 2% 밑을 맴돌고 있다. 결국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고 몇년째 홍삼이 함유된 음료 시장에만 주력해왔다. 지난해 '구증구포 한뿌리 흑삼진액'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홍삼 시장에 재진출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지난 2013년, 이른바 '반값 홍삼'으로 불린 PB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대형마트가 너도나도 PB홍삼을 내놓자 고가인 정관장의 홍삼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초반 반짝 인기에 그치며 오히려 고가 홍삼 소비자와 저가 홍삼 소비자가 양극화 현상 속에 정관장의 매출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현재도 대형마트 PB홍삼 시장규모는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가운데 '홍삼의 PB화'가 고품질의 홍삼을 찾는 수요를 늘리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편 기업마다 시장 검토가 부족한 상태로 홍삼시장에 난립하는 것을 두고 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할수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이후의 국내 홍삼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데 너나할 것 없이 홍삼 시장에 뛰어들어 비슷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률 자체는 약간 둔화됐지만 홍삼시장 매출 규모는 여전히 1조원이 훌쩍 넘는다"며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인만큼 앞으로도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홍삼제품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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