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상반기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의 강세는 여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시작된 악재에 시장에 불어온 변화 바람은 하반기 가시적인 지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KAIDA)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판매된 전체 수입차 11만6749대 가운데 디젤 차량은 64.8%인 7만5676대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배기가스 조작과 허위 연비, 미세먼지 주범 논란 속에서도 10대 가운데 6대는 여전히 디젤 차량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디젤 강세 속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 68.4%에 달했던 디젤 차량 점유율은 지난달 10%포인트 감소한 58.4%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 차량이 주도권을 잡은 이후 월간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같은기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차량이 각각 4.9%포인트, 4.1%포인트씩 증가한 33.4%와 8.2%씩 증가한 것은 의미있는 수치다. 올해 누적 점유율 역시 64.8%로 65%선이 무너졌다.
이를 증명하듯 유럽산 클린 디젤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던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3사의 지난달까지 판매는 벤츠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시장 평균치를 웃도는 판매 감소율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6.8% 판매 증가율을 보인 벤츠를 제외하고 BMW와 아우디는 4.3%, 10.3%씩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 전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특히 디젤게이트 당사자인 폭스바겐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반토막 이하(-57.6%)로 떨어지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3.1% 감소한 판매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상반기 전체 베스트셀링 차량에 디젤 차종인 티구안을 올린 것이 무색한 결과다.
폭스바겐 디젤 SUV 차량인 티구인은 각종 악재에도 상반기 베스트셀링 차량에 이름을 올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의 브랜드 판매 감소를 막진 못했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라인업 전략을 펼쳐온 일본 브랜드들은 모처럼 빛을 봤다. 하이브리드 중심 라인업을 펼치고 있는 토요타렉서스는 상반기 8771대를 판매하며 18.1% 판매량이 증가했고, 가솔린 중심의 혼다 역시 27% 판매량이 늘었다.
이같은 변화는 하반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연이은 디젤 악재 속에 소비자는 인식 변화는 물론, 이를 감지한 브랜드들이 속속 전략 변경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와 디젤 규제 관련된 부분이 확정돼야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급격히 늘겠지만 하반기 역시 디젤 차량의 악재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피해보상과 처벌 등 일정부분 결론이 난 해외에 반해 국내의 경우 이제 시작 단계라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려줘야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향후 수요에 대한 갈피를 명확히 잡을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