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가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불과 몇 시간만에 "플러스 성장을 확신하긴 이르다"고 말을 바꾸는 헤프닝을 벌였다.
장밋빛 전망을 낙관했다가 차 한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아직은 불안하다"며 회색빛 전망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 같은 당국의 '갈 지자(之)'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좋은 실적에 기쁨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경제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들의 발언치고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따르
면 3분기 실질 GDP증가율은 2.9%로 7년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에 고무된 듯 윤증현 기획재정장관은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영연구원(IGM) 정책포럼에서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재정·환율·유가 등 제약요인을 감안하면 놀라운(Surprise) 수준"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마이너스 4%로 전망되던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플러스 성장에 대해 낙관했다.
이에 앞서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예상밖에 좋은 실적이라 올해 전년 대
비 플러스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플러스 성장은 당연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책임진 두 수장의 발은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
언론의 "올해 플러스 성장" 보도가 못내 부담스러웠던지 재정부는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플러스 성장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보도해명자료는 '재정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명의로 돼 있다. 장관과 국장의 발언을 실무자이자 부하 직원인 과장이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호승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해명자료에서 "3분기 높은 성장에 따라 금년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계절요인 등을 고려할 때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또 "지난 국감에서 재정부 장관이 연간 성장률이 -0~-1%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3분기 성장 등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1%보다는 -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임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실무자인 이 과장의 분석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의 비결은 소비유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사용한 일시적 부양책 때문이며, 소비와 투자가 본격 살아나지 않아 4분기 이후에는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당국이 3분기 실적을 우려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적이 좋게 나오자 지나치게 들뜬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아직은 그렇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회복까지 걸림돌은 여전한데 경제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발언했는지는 모르지만 상사들의 발언을 부하 직원이 뒤집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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