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재준 거래소 부이사장 "4차 산업혁명 중심엔 코스닥"

"백화점 '신상' 찾듯 발품팔아야"…상장기업 발굴에 사활

입력 : 2016-07-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코스닥시장이 스무살 성인식을 맞았다. 1996년 7월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기회 확대를 통한 자금조달 지원을 목적으로 출발해 숨가쁘게 달려온지 20년이 됐다는 뜻이다. 남긴 족적도 굵직하다. 개설 첫해 341개 상장기업으로 시작한 코스닥 시장의 상장기업수는 현재 총 1168개사에 이른다. 시가총액 규모로 따져도 무려 27배 넘게 커졌다. 7조6000억원에서 현재 215조원 규모로 몸집을 키운 결과다. 글로벌 신시장 가운데 시총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과 중국 차이넥스트에 이은 글로벌 3위 시장으로 도약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개설초기 23억원에서 현재 3조4000억원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시장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 따라 아픔을 겪고 성숙해진 현재까지. <뉴스토마토>는 지난 5일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과 코스닥시장 20년을 되짚어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이 한국의 미래성장형 산업의 메인보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국거래소
"만감이 교차하네요."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스무돌' 코스닥시장의 양적·질적 성장 궤적을 되새기며 이렇게 말했다. 코스닥시장 출범과 동시에 찾아온 IT 벤처붐 열풍에 2000년을 전후로 큰 활황 장세를 구가하던 코스닥시장. 하지만 이내 호황기보다 더 긴 침체기를 버텨야 했고 체질 개선시기를 거쳐 최근에야 다시금 활황세를 찾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은 투자자 신뢰회복을 기치로 건 외침을 무색케했다. 지난해 4월 내츄럴엔도텍(168330) 사태와 올해 코데즈컴바인(047770) 이슈가 김 위원장에 있어 코스닥시장 전반의 신뢰성을 흔든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내츄럴엔도텍 여파로 지난해 당시(4월22일) 코스닥은 장중 한때 5% 가량 폭락했다. 시장 신뢰가 회복되기도 전 터진 올해 코데즈컴바인의 이상 급등세는 '품절주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시장 감시 강화에도 불구하고 파산신청과 거래 중단 이후 감자 등으로 품절주 사태가 발생, 급등락을 반복했던 코데즈컴바인 이슈는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다.
 
"코스닥 미래 20년 정책 중에 최우선적으로 '시장 신뢰성 제고'를 둔 배경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식시장이 개인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마인드를 시장 참여자와 기업 모두가 가져야 해요. 시장이 악용되면 규제가 보태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참여자에 불편함이 따르는 역효과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향후 코스닥시장이 한국의 미래성장형 산업의 메인보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한 차례 레벨업 가능성 확인을 위한 점검이 한창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선해야 할 세 가지 중점 목표가 있다고 했다.
 
"미래성장산업, 그 중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메인시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뚜렷한 시장정체성이 확보돼야 미국 나스닥(NASDAQ)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히 경쟁에 나설 수 있으니까요. 기업의 창업부터 상장까지 원스톱(One Stop)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 생태계를 완성해주는 것이 두 번째 과제고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성 강화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기본돼야 할 목표입니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과 중국 차이넥스트(Chi-Next)에 이어 3위다. 하지만 기술주 중심 시장으로의 입지가 공고한 나스닥과 비교해 코스닥은 여전히 규모가 작은 초기 기업 시장이란 인식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미래 산업재편 중심엔 코스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에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기업이 후발국 후발주자에 추격을 받고 추월을 당하고 있는데다 최근 구조조정 1순위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미래 산업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저성장 고령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고 추후 '중후장대형'보다는 기동성을 가진 혁신산업이 세상을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현실화를 통해 반영되기 전까진 기대에 그치죠. 하지만 과거 기대만으로 성장하던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최근 지속해서 이익을 실현하고 있어요. 코스닥위원장에 선임되면서 예견했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조류로 떠오르는 산업에 대한 긴장감은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이제까지 그 어떤 변화보다도 빠르게,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진행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향파악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의 핀테크 산업 강의를 들었다. 거래소가 코스닥 20주년을 맞아 네 차례에 걸쳐 진행 중인 '코스닥 릴레이 산업 컨퍼런스' 중 세 번째 순서다.
 
"4차 산업은 전혀 없던 시장이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 융합과 핵분열이 일어나는 정밀한 과정입니다. 매 과정의 순간을 놓쳐선 안 되죠. 기업정보가 부족해 생기는 코스닥의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산업별 IR은 물론 증권사와 산업의 합동 IR, 지역별 IR 등을 체계화해 1년 내내 매월 연속될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김 위원장은 말한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본부 산하에 창업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지원센터는 KSM(KRX Startup Market)과 M&A(인수·합병) 중개망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투자 촉진을 비롯해 벤처 투자자본 공급과 회수가 선순환되는 생태계 구축 등이 목표다. 기업의 창업에서 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국내 벤처 생태계 발전에 중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모험자본시장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건 것이란 설명이다.
 
"KSM을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이나 정책금융기관 등이 추천한 기술집약형 스타트업기업 중심 시장으로 특화할 계획입니다. KSM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실시를 지원하고, KRX 자체 크라우드펀딩 매칭펀드도 조성할 예정이죠. 상장특례도 마련해 KSM 기업의 원활한 코넥스 상장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존 코넥스의 코스닥 이전 상장을 신속하게 돕는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보완해 '크라우드펀딩→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 사다리 체계를 완성한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IR 활성화와 기관·외국인투자자 확충, 그리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제도 강화 등이다.
 
"여전히 대주주가 자주 바뀌거나 특정 테마공시를 하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어요. 정상적으로 기업활동하는 기업의 활동 과정의 실수는 최대한 안내하며 대응하겠으나 기업이 의도를 갖고 '장난'을 친다면 거래소의 시장 관리자 역할이 엄격해질 수밖에요. 불성실공시법인을 지정해 시장에 알리거나 극단적일 경우 상장폐지 조치까지 취해서라도 시장 전체의 안정화를 꾀하려 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을 다양화할 생각입니다."
 
코스닥시장의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참여율은 궁극적으로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일단 코스피 대비 개별 기업 규모가 작고 헤지수단이 없어 기관과 외국인에 매력이 덜 한 게 사실입니다. 쉽게 투자할 수는 있어도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 투자사이즈가 큰 기관과 외국인 투자를 유인할 수 없단 논리죠. 그래서 가능하면 시장 특성에 맞는 대형기업을 코스닥에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있다면 시차가 있을 뿐 기업가치엔 언젠간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리스크 회피를 위한 헤지수단은 지속 확대하고 있다. 10개 종목으로 코스닥 주식선물시장을 개설한지 3달여 만에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닥150 선물이 상장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현재 이를 기초로 한 6개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했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코스닥 상장사 글로벌 IR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국내 상장사 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하반기 상장 활성화 마지막 매듭을 위해 상장 기업 발굴에 사활을 건 결과다.
 
"기업발굴과 상장은 백화점 쇼윈도에 내걸 봄·가을 '신상'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치열한 발품 없인 고객을 이끌 수도 없죠. 거래소라는 조직의 가장 궁극의 역할은 투자자에 매력적인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상장시키는 겁니다. 그래야 기업(자금조달)과 투자자(수익)가 시장 전반을 활성화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죠."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정부와 벤처업계, 상장법인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스닥시장 개장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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